[나우누리][버터빵]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3485/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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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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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3485/37582)

포럼마니아 1 11,347

-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어젯밤, 맥주를 사러 간 편의점 주인 아저씨가 신분증이 없다는 나의 말에
얼굴을 한 번 보고 푸하하하~ 웃던 웃음이 나를 슬프게 한다.

도시락 폭탄을 던진 의사가 안중근 의사라는 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던
미팅나온 애들이 나를 슬프게 하고

더 이상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주가가 나를 슬프게 한다.

너무 딱딱해서 씹히지도 않는 학교 식당의 치킨이 나를 슬프게 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결국 과자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내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하고

농구를 하다가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온 볼에 부러진 내 안경다리가 나를 슬프게
한다.

때로는 상념인냥, 때로는 망상인양 다가오는 1시 50분의 생각이 나를 슬프게 하고

용의 눈물이 조금 있다 끝난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하고

아무리 해도 손이 닿질 않는 근질근질한 등 뒤가 나를 슬프게 하고

"공 좀 줏어주세요, 아.저.씨.~! " 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 나이가
나를 슬프게 한다.

개꾸 뽀록으로 들어간 쓰리 쿠션이 나를 슬프게 하고

우승후보라고 떵떵대더니 지금은 죽을 쑤고 있는 OB가 나를 슬프게 하고

너무 좋아서 오히려 서러운 날씨가 나를 슬프게 하고

아빠 몰래 숨겨놓고 가끔 마시던 발렌타인 17년산 양주가 다 떨어저 가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하고

오른쪽 턱에 난 왕따시 큰 뾰루지가 나를 슬프게 한다.

며칠째 들어가지 않던 수업에 들어가서 출석 불렀냐고 물어봤더니 저번 시간에
시험 봤다고 대답하는 친구가 나를 슬프게 하고

IMF를 다 잊어버린 것 같은 우리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하고

차마 우승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16강에만 들어도 좋다는 우리나라의
축구 실력이 나를 슬프게 하고

차도에 짖이겨진 고양이 시체가 나를 슬프게 하고

이번주에 결혼한다고 자랑스레 말하며 친구가 건내준 청첩장이 나를 슬프게 하고

하지 못한 한가지 일과, 해야 하는 몇가지 일과, 하고 싶은 수많은 일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오, 통재라.

10만원이 넘게 나온 전화비 고지서가 나를 슬프게 하고

갑자기 재채기가 나더니 막혀버린 오른쪽 코가 나를 슬프게 하고

군대에서 제대했는데 연락 한번 안해주는 친구가 나를 슬프게 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튀어나온 볼살이 나를 슬프게 하고

세수한지 몇시간만 지나도 번들거리는 지성피부가 나를 슬프게 하고

하두 먹어서 잘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비둘기, 아니 닭둘기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비오는 날, 디어 헌터의 주제가를 틀어놓고 창가에 앉으면 여전히 떠오르는 그
아이의 얼굴이 나를 슬프게 하고

내 마음을 담아 고백했지만 그저 우습게만 생각하던 그녀가 나를 슬프게 하고

날씨는 좋고 할일도 없는데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 집에서 뒹구는 내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하고

나름대로는 사랑이라 느꼈지만 돌아보면 사랑이 아닌 그저 사랑 비슷한
감정들이 나를 슬프게 하고

길거리에서 둘이 꼭 붙어서 팔짱끼구 다니는 열라리 부러운 커플들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고 사랑할 사람도 없는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건 정말 나를 슬프게 한다.

기껏 계단을 뛰어 올라 갔더니 떠나는 뒷모습만 보이는 지하철이 나를 슬프게 하고

오랜만에 삐삐가 와서 기쁜 마음으로 확인을 했더니 " 귀하께서는 4월분 삐삐
사용요금을 납부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 라는 음성이 나를 슬프게 하고

뭐 하나 똑부러지게 못하는 나의 느물느물한 성미가 나를 슬프게 하고

값은 50원인데 크기가 반이 되어버린 빅파이 아닌 빅파이가 나를 슬프게 하고

돼지꿈을 꾸고 샀지만 500원짜리도 안맞고 똑 떨어져버린 복권이 나를 슬프게 하고

지하철 패스 사고, 버스 카드 충전하고, 후배 만나서 밥 사주고, 영화 한 편
보고, 친구랑 술을 먹으니까 어느새 다 써버린 10만원짜리 수표가 나를 슬프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지 않좋아하는지 눈치도 못채는 얄미운 그녀가 나를 슬프게 한다.

아직 공부를 하나도 못했는데 천근 만근 무거워져만 가는 눈꺼풀이 나를
슬프게 하고

오랜만에 광합성 하러 놀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주룩 주룩 내리는 비가 나를
슬프게 하고

분명히 알람을 맞춰놓고 잤는데 일어나보니 쨍쨍한 오후의 햇살이 나를 슬프게
하고

지하철 역 근처에서 맨날 " 도에 관심 있으세요? "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나를 슬프게 하고

자고 일어나면 봉두난발 라이온킹이 되어 있는 머리가 나를 슬프게 하고

이젠 옆차기를 해도 잘 올라가지 않는 굳어버린 다리가 나를 슬프게 하고

글을 써도 이젠 추천해 주지 않을 꺼라는 걱정이 나를 슬프게 한다. 아하하.. -_-;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 글을 쓰다가 컴퓨터가 다운이 되어 다시 새로 쓰게 되었다는 것

똑같은 글을 머리를 쥐어 뜯으며 새로 써야 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젠 사랑도 쉽게 오지 않음을 알고

내가 원하는 것들이 쉽게 이루어 지지 않음을 알고

어릴때 가졌던 꿈들이 꿈으로 그치기 쉽다는 것을 알고

나 자신의 의견을 오롯하게 내세우면 배척당한다는 것을 알고

문득 생각나는 사람은 나를 생각해 주지 않을 꺼라는 것을 안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간다는 것....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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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37
오빠들 오늘 쭈 시간 엄~~~청 많아요 같이 놀러갈 사람~~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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