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K.군.전.상.서. (4894/37584)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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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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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K.군.전.상.서. (4894/37584)

포럼마니아 1 7,799

K 군.
오늘도 밤바람이 차네. 이제 여름 다 갔네. 맨날 술 취하면 중국집 야래향
앞에서 쭈그리고 자는거 이제 하지 마시게. 죽는다네.


K 군.
함께 보았던 그 비디오를 잊지 못한다네. 우리가 처음으로 비디오 방에 가서
본 그 비디오. 군과 내가 일심동체 일치단결 혼연일체 분신합체되어 골랐던 그
비디오. 결혼한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성적 문제를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심층 분석 비디오. 그러나 야한 장면은 하나도 안나오고 교훈적인
내용만 나오던 그 비디오. 막판에 나오던 " 정력 강화 필살 5단계 " 를 열심히
받아적던 군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

부부생활 리서치(하)도 나중에 같이 가서 보도록 하세.


K 군.
군의 왼쪽 엉덩이에 난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지 모르겠네. 벌써 5년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으니 세월 참 빠르기도 할세. 그 전날 군의 아버지 직장
상사가 집에 찾아온 덕분에 남은 난자완즈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었지.
애들의 살기 어린 눈빛과 번득이는 포크를 피하기 위해 반찬 그릇을 들고
책상을 뛰어넘으며 도망치다가 구석에 몰려버렸던 군의 공포스런 얼굴, 그리고
창가로 뛰어가 " 다가오면 나 뛰어내린다~!! " 라고 소리치던 군의 목소리,
그리고 발이 꼬여 2층 창문으로 떨어질 때 지르던 군의 비명소리는 전교생이
기억할걸세.


K 군.
군이 우리집에서 벌렸던 그 난장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네. 소주 2병을
원샷하고 맛 간 군을 낑낑거리고 우리집까지 데려온 날이었지. 군은 내 침대
위에서 엎어져 자는 듯 하더니, 몸을 몇번 들썩 들썩 하고는 다시 잤었다네.
나는 몰랐었지. 그 때 군이 토했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골뱅이 안주에 나왔던
소면 쪼가리와 파전에 들어있던 파 몇 줄기를 얼굴에 붙이고 시큼한 냄새를
가득 풍기며 내 방에서 기어나오던 군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네.


K 군.
요새 연애한다지? 여자가 이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네. 군이 어여쁜 여자와
사귄다니 내 마음도 뿌듯하네.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군이 빌려준
"터보레이터" 비디오는 아직 내 책상 세째 서랍에 숨겨져 있다네. 1시간 내내
화면이 살색으로 가득 차는 그 비디오가 그녀 손에 쥐어지는 꼴을 보기 싫으면
알아서 하게나. 나 이번주 금요일 약속 없다네. 알아서 하게나.


K 군.
달 빛이 처량하네. 마치 그 날 우리가 보던 달빛과도 같이. 자율 학습
땡땡이치고 학교 앞 63동 5층을 바라보던 우리가 보던 바로 그 달빛 말일세.
닫힌 창문 사이로 어슴프레하게 보이던 목욕하는 여인의 실루엣에 우리는 서로
흐르는 침을 닦아주어야 했었지. 그러나 나중에 알았다네. 머리가 치렁 치렁
했던 음악하던 친구 L군이 63동 5층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K 군.
자네는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았지. 그러나 나는 자네를 모른척 할 수
밖에 없었네. 헌혈 아줌마의 무지막지한 힘에 이끌려 헌혈차 안으로 끌려가는
자네의 눈은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지만,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를 생활화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자네가 현혈차에서 나오며 손에 쥐고 있던 오예스를
빼앗아 먹지 않은 것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네.


K 군.
유행을 앞서나가는 자네는 요새 어떤 유행을 창조하고 있는 지 모르겠네.
사오정이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사오정 시리즈를 만들어내던 자네는 또 어떤
시리즈를 창조하고 있는가. 내가 " 미안한데 나 오늘 돈이 없거든? "이라고
말하자 " 아, 난 또 나보고 돈 내라는 줄 알구... " 라고 대답하며 피식 웃던
자네는 맞아도 쌌네. " 야, 배고프니깐 빵 줄께 돈 사와. " " 밑져야
태산이지. " " 이 단무지 열라 맵네. " " 야, 내일 시험 잘 봤냐? " 등등 수
많은 히트상품을 내놓고 히트 당하던 자네는 진정한 선구자였네.


K 군.
오늘 지하철에서 앞에 있던 여자의 하이힐에 발을 밟히며 자네 생각이 났다네.
자네가 첫키스 하던 날, 숨도 안막히는지 내리 30분 동안을 했다는 소식에
놀랐고, 그 골목길로 자네 어머니가 편의점 갔다가 돌아오면서 자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는 소식에 놀랐고, 그녀의 하이힐이 자네의 구두 위에서
체중을 실어 꾹꾹 누르고 있었다는 소식에 또 한번 놀랐다네. 아프지 않던가?
하긴. 아파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나 이해하네.


K 군.
자꾸 K 군, K 군 부르다 보니 파파이스의 K준 라이스가 생각나는 군 그려.
미안하네. 잡소리였네.


K 군.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면서 켄으로 얍삽이를 쓰던 자네를 이기지 못했었지.
그러다 처음으로 떡볶이 내기를 했던 날, 퍼펙트로 져 버린 자네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대편에 앉아있던 나를 바라보았었지. 하지만 이제
고백하겠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꼬마에게 200원 쥐어주고 나 대신 브랑카
조종하게 했던 거 미안하게 생각한다네.


K 군.
자꾸 술 먹고 토한 얘기 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네만, 자네의 그 부채살
토하기는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네 그려. 청평으로 엠티 갔던 날 고백점프를
하던 자네는 10에서 "뽀숑~! " 을 해야 되는데 자꾸 " 어버~! " 거리는 바람에
소주 원샷을 계속해야 했지. 그리고 맛이 가버린 자네를 업고 이불이 깔려있는
건넌방으로 가던 도중, 자네의 몸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네. 그 순간
자네는 내 등 위에서 고개를 흔들며 토했고, 그 찌짐이들은 아름다운 부채살
곡선을 그리며 온 방안에 튀어버렸다네. 영미 신발 속, 한범이 가방, 영식이
벗어놓은 윗도리, 잠자던 은경이 얼굴... 모두가 자네의 찌짐이 범벅이
되어버린 거 자네 기억 하는가. 신발에 토한거 들어간 줄 모르고 발을
넣었다가 뿌직 하는 소리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던 영미는 아직도 자네만 보면
" 토할 땐 고개 숙여서 토해~!! " 라고 말한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네.


K 군.
다시 한 번 말하네만 세발 낙지에 다리 세개 달린 거 아니구, 여인숙에 여자만
잘 수 있는 거 아니구, MBC가 문화 방 쏭의 약자 아니구, 가젯트 성이 마징
아니구, 로버트 레드포드가 레드포드라는 로보트 아니구, OB가 오비 베어즈의
약자 아니구, 조깅의 조가 아침 조가 아니라네. 어디가서 쪽 팔리지 말구 다시
한번 잘 알아두게나.


K 군.
이제 밤이 깊었네. 하지만 자네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밝디 밝은 태양과
같다네. 아부가 심하다고 돈 꿔달라는 소리 안할테니 걱정 마시게. 그저 보고
싶다는 애기 닭살 돋게 말한 것 뿐이니. 언제 시간 되면 보세. 먹걸리 한 잔
하면서 옛날 얘기 하다보면 우리가 못 만났던 시간들은 어느새 우리의
안주거리가 되어 있을 걸세.


행복하시게. 언제까지나. 행운의 양지에 서 있기를 바라며.... 총총.


1998. 9. 14.

터빵이가 K 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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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55
사랑 없는 섹스는 무의미한 경험이래요.. 하지만 무의미한 경험이란 때론 굉장히 좋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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