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차라리 판타지를 쓸까? (7670/3759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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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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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차라리 판타지를 쓸까? (7670/37592)

포럼마니아 1 12,100

유머란에 너무 오래 글을 올려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내 삶이 우스개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허리가 하도 아파서 디스크 걸린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 가라~ " 라는, 그
왜 CF에 클래식 좋아한다는 김민종이 핸드폰에서 띠리리리리~ 소리 나니깐
감독관이 하던 그 대사를 그대로 듣지 않나( 그냥 허리 삔거랩니다요. -_-; ),
길거리에서 과자를 먹고 가는데 멀쩡하게 생긴 아저씨가 나를 멀뚱 멀뚱하게
쳐다보더니 내가 먹던 과자를 휙 집어가지구 막 튀어가질 않나( 이건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도대체 왜! 하필 나를!), 한국 음악의 이해 시간에 졸다가
교수님한테 찍혀서 말 그대로 북치고 장구치는 신세가 되지를 않나....

그러나 요새 일어난 이러한 일련의 일 들중 하일라이트는 바로 그저께 발생했다.

어짜피 실화니까 수업명까지 밝히자면, 인간관계 심리학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에서 조를 짜서 발표를 한다. 딴엔 좀 잘 해보려고 여러가지 준비를
했는데, 그 중하나가 프로젝터로 발표할 때 앞에 넣을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
회사에서 계속 그것만 붙잡고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 1시. 다른
사람들 언제 퇴근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했다... 라고 거짓말은 못하고,
키보드에 얼굴 쳐박고 잤다. -_-;

암튼, 일어나보니 회사에 홀로 쓸쓸히 남겨진 것을 발견한 나는 일단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가 20여분을 걸어 편의점에 도착했다. 가지고
있던 돈은 딱 2000원. 3분 라면 하나랑 콜라 1.5L 한병 사니까 돈이 다 떨어져
버렸다. 음. 이제 마지막이군.

쓸쓸함은 몰라도 배고픔은 이제 해결되겠다는 부푼 가슴을 안고 회사에 돌아와
라면에 물을 넣기 위해 생수통을 바라보는 순간, 일은 시작되었다.

' 뜨어... 물이 다 떨어졌네.. '

온수가 나오는 생수통이라 돌아와서 넣으려고 뜨거운 물을 안넣어가지고
왔는데..

다시 돌아가자니 물을 넣고 20분동안 걸어오면 면발이 팔뚝이 될텐데..

거기서 그냥 먹고 오는 것도 너무 너무 귀찮고... 어떻게 다시 20분을 또
걸어가...

우어어어~!!!

코소보 난민들의 배고픔에 비교될 수는 없겠지만, 북한에서 굶어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는 비교될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와 타당성을
가진 배고픔의 함성이 회사를 가득 메우고 나서... 허탈과 회한에 빠져있던
나의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커.피.포.트.

명제1. - 현재 내가 가진 액체는 콜라 1.5L 뿐이다.

명제2. - 지금 라면을 못먹으면 난.... 죽는다. -_-;

명제3. - 커피포트는 물을 끓일 수 있는 도구이다.

이상의 명제 1,2,3에서 나는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콜라를 끓여서 라면에 붓자!!!..... 라는 엽기적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으허. 근데 나도 인간인지라..인간의 탈을 쓰고
차마 그 음식을 먹을수는 없었다. 여기서 나온 나의 반짝이는 재치!! 오오!!
나는 천재인가봐!! 내 고향은 이집트!! 이집트의 왕자!! 음핫핫핫~!!!

퍼억~!!

아아..암튼, 좋은 방법이 무어냐 하면.. 바로 콜라에서 물을 만드는 방법!

증.류.수.

오오오!!

콜라를 끓이긴 하되 나오는 증기만을 모으면 순수한 물이 된다는 것은
화학시간에 배운 나의 생존전략.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나는 급히 커피포트에
콜라를 집어넣고 전기스위치를 올렸다.

잠시 후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콜라가 끓기 시작했다. 콜라 위로 나오는 저
기체! 저것이 수증기!!

난 라면 뚜껑을 커피포트 위에 들고 비스듬히 하여 고인 물이 라면으로
흘러들어가게끔 하였다. 뚜껑을 들고 있는 팔이 떨어질 것만 같아도,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린다 하여도, 언젠간 먹고 말꺼야!!! 치토스!!

그리고 장장 30분의 혈투 끝에,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물이 드디어
만들어졌다. 물론 커피포트에는 뭐라 말할수 없는 암갈색의 찐득한 액체가
바닥에 말라붙어있는 상태였다. 혹시나 무슨 맛인가 하고 먹어봤는데..
으허허... 콜라 쫄인 맛이 무슨 맛인지는 상상에 맡긴다.

암튼 그렇게 하여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이건 수업시간에 많이 연습해서
잘한다. -_-;) 하여 라면을 먹고 나니 시간은 새벽 4시. 라면 나가서 사오고,
물 만들거 생각하고, 콜라 끓이고, 먹고, 그 짓 하느라고 3시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어..어떡하나..아직 동영상은 반도 못만들었....느....으...은....데....에......

벌떡!!!

찬란한 아침 햇살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 하나 망가지는 거면 상관 없는데, 이거 못만들면 조원 전체가 망가진다.
아아. 안돼! 책임감이 넘치는 나는 도저히 그런 만행은 저지를 수 없었고,
라면을 먹고 졸리움에 굴복해버린 나의 의지를 원망하면서 피땀흘려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정신 없이 했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손이 떨릴 정도로 마우스를
움직이며, 그렇게 노력해서 가까스로 오전 11시에 작업을 다 마칠 수 있었다.

휴우..............

내가 담배를 필 수 있었으면 딱 이럴때 피웠을텐데...

그리고 남은 일은 다 만들어진 자료를 노트북에 랜으로 연결하여 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 우어어어어~!!! 이건 또 뭐야아~!!! "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이 머리 속에서 설상가상이라는
글씨 형태로 맴돌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되던 랜이 왜 안되는거야, 왜!!!

다시 컴퓨터와 싸움에 들어갔다. 진짜 누군가 뒤에서 내 머리를 쳤으면 눈알이
빠져나오는 엽기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수업 시간은 오후 1시인데... 랜은 안되고... 땀은 삐질
삐질 나고.. 목은 타고... 똥줄도 타고... 애도 타고.... 피 타고...라스의
정리...

이제 시간은 오후 12시 30분. 12시에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한 조원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아아.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느낌은, 괄약근의
한계에 다달아 화장실로 뛰어가는데 휴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닦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싸지는 말고 보자는 심정으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갔을때, 변기 옆에 누가 쓰다가 놓아둔 휴지 뭉텡이를 보는
바로 그 느낌!!!

랜이 쨈?!!!!!! 으아아아~!!!!!

시간은 어느덧 12시 50분. 이미 지금 택시를 타도 수업시간엔 늦었다. 하지만
일단 되는데, 조금 늦었다고 죽이기야 하겠는가. 나는 기쁨에 넘쳐 노트북에
자료를 복사하고 가방을 잽싸게 싼 후 회사 문을 나서는데...

" 삐비비비~ 삐비비비~ 삐비비비~ "

' 으.. 바쁜데 왠 전화.. 씹어.. 말어.. 우씨. 그냥 받어. '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인간관계 심리학 같은조 엑스엑스 인데요.. "

" 네, 엑스엑스님이군요! 오래 기다리셨죠? 저 지금 드디어 갑니다!! "

" 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는데요. 오늘 휴강이래요. "

털썩.

유머란에 너무 오래 글을 올려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내 삶이 우스개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도 휴강을 안한 교수님이 하필 오늘 휴강을 한 것도, 라면 끓일 물이
없어서 증류수로 끓여먹은 것도, 랜이 안되다가 수업시간 바로 전에 된 것도,
라면먹고 곯아떨어져 아침에 일어난 것도...

내 삶이 우스개가 되어가고 있다.

내 삶을 판타스틱하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판타지나 써 볼까. -_-;;;

흑.



< 끝 >



추신: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 주었더니,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 야, 화장실 수도에서 물 나오잖아? "

..... 아핫.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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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2:10
하아..망할 코로나 언제 끝나는거야.. 어디 멀리 여행가고 싶다.. 물론 오빠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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