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버터빵] 나방은 말했다. (9519/37668)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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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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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버터빵] 나방은 말했다. (9519/37668)

포럼마니아 1 5,817

더운 밤, 조금이라도 차가운 공기와 접촉하기 위해 열어둔 문으로 나방이
한마리 날아들었다. 나는 내 방으로 불법침입한 나방을 잡으려고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수 백만년 전부터 여기 살던건 내가 아니라 나방 아닐까? 혹시 내가 나방의
자리를 불법점거하고 있는거 아닐까? 그럼 난 나방을 쫓아낼 자격이 없는거
아닐까? '

그래서 나는 나방을 쫓아내는( 죽이려는 생각은 안했다. 처음부터 쫓아낼려고
그랬지. 바퀴벌레였으면 죽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나방과 바퀴벌레를
차별하는 것은 바퀴벌레에게 미안하지만, 나보고 나방 100마리와 바퀴벌레
100마리 중 어느 것과 같이 1시간동안 있을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에...
둘 다 싫어 싫어. 웩.) 대신에 나방과 대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 어이, 나방. 안녀엉~

* 어? 사람이 말을 거네?

- 응. 내가 좀 특이하거던.

* 신기한 일일세... 다른 사람들은 나만 보면 잡으려고 안달인데 이 놈은
나한테 말까지 걸다니.

- 야. 너 몇살이나 먹었다고 나한테 놈이냐, 놈이.

* 나도 먹을 만큼 먹었어 짜샤.

- 설마 네가 이 집에 이사올 때 내 방 오른쪽 귀퉁이에 붙어있던 나방은
아니겠지?

* 그 분은 내 고조 할아버진데. -_-;

- 그럼 존댓말 써 임마.

* 싫어.

- 써.

* 싫어.

- 써.

* 싫어.

- 너 내가 다시 "써." 라고 물어봐도 "싫어."라고 대답할꺼지?

* 응.

- 그럼 내가 너보고 계속 "써."라고 물어보는 거는 에너지 낭비지?

* 응.

- 된장. 넘어가 그럼.

* 왜 갑자기 된장이 나와?

- 젠장이라고 말할라다가 코가 막혀서 그렇다.

* 그렇군.

- 아무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자기 소개 좀 해 줘.

* 흐음.. 난 요 앞 공터 소나무에서 애벌레 시절을 보내고, 밑에서 세번째
가지에서 번데기 시절을 보낸 후 15동과 14동 사이를 맴돌다가 마침 이 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들어온 나방이야. 남자고, 다른 나방들은 내 날개에 있는
무늬를 보고 나를 이렇게 부르지.

- 뭐라고?

* $&#(*&(ㅃ#&#$

- -_-; 나방 말이구나?

* -_-; 응.

- 나도 소개를 하자면, 유머란에 예전에는 많이 올렸는데 지금은 조금밖에
안올리는 버터빵이라고 해.

* 버터빵? 왜 버터빵이야?

- 그에 대한 대답은, 서점에 가서 노란 표지의 " 그녀는 버터빵을 모른다고
대답했다."를 사서 보면 돼.

* 너 그거 지금 선전할라고 일부러 말한거지?

- 응. *^^*

* 아무튼, 왜 나한테 말을 건거야?

- 말할 상대가 없으니까. 너 밖에.

* 넌 친구도 없니?

- 친구야 많지. 근데 지금은 다 자.

* 통신은 늦게까지 하잖아. 통신 친구 없어?

- 어? 너 내가 통신 늦게까지 하는거 어떻게 알아?

* 나 어제부터 장롱 위에 있었어.

- 그럼 너 내가 코딱지 파서 의자 밑에 붙이고 재채기 하다가 가래 튀어나온거
손으로 쓰윽 닦아서 선풍기 밑바닥에 붙여놓은것도 봤겠네?

* 당삼.

- 그럼 그거 엄마한테 일르지 말아줘어..

* 걱정하지 마. 나방한테 말거는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까.

- 고..고마워.

* 늦게라도 전화할 여자친구도 없어?

- 아. 너는 있어?

* 물론. 너는 잘 모르겠지만 안방 건너편 화장대 뒤에 살고있는
'#&$*(#)#@!'가 내 애인이야.

- 아..알았어. 우리집 식구더러 걔 보면 잡지 말라고 할께. -_-;

* 고마워.

- 그리고 아까 질문에 대답하자면..없어.

* 왜?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매너도 좋은데?

- -_-; 난 널 잡지 않아. 아부 안 떨어도.

* 고마워. -_-;

- 아무튼.. 실은 이번에 한명 생기려고 그랬거든.

* 그런데?

- 그런데.. 손도 못잡아보고 차였어.

* 어쩌다가?

- 음.. 그렇더라구. 좋아했는데, 그 좋아한다는 말을 못해서 몇번이고
망설이다가 타이밍 놓쳤구,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그 말 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더라구. 부담스럽대.

* 쯔쯔.... 안됐구나.

(그리고 나방은 내 머리로 날아와 날개짓을 몇번 하고는 컴퓨터 위의 벽으로
날아갔다. 마치 기운 내라고 토닥거리는 듯한 날개짓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미치지 않았고 아직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이상하지도 않다. )

- 아 참. 나 계속 이런 얘기 하면 안되는데.

* 왜?

- 원래 유머란에 우스운 얘기 써야 되는데, 이런 얘기 쓰면 재미 없다고 삭제
될지도 모르구.. 사람들이 재미 없다고 그냥 나가버릴 수도 있거든.

* 그럼 웃긴 얘기 해 봐.

- 넌 갑자기 심각한 얘기 하다가 웃긴 얘기 할 수 있냐?

* 그럼 심각한 얘기 계속 해.

- 그럼 짤린다니까!!!!

* 그럼 웃긴 얘기..

- 다..닥쳐. 거 참 말귀 뒤게 못알아 먹는 나방이네.

* 어. 너 나 욕한거지. 나 삐져서 나가버린다 그럼.

( 순간 터빵은 이 나방이 세계 최초로 사람을 협박하는 나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 미..미안해. 알았어. 그럼 웃긴 얘기 해 보지 뭐.

* 해 봐.

- 요새 '인정 사정 볼것 없다' 라는 영화가 뜨고 있거든?

* 그런데?

- 근데 우리집 앞에 있는 영화관에서 그걸 하는데, 글자만 따로 간판으로
붙여놨어. 밤에는 글자에서 빛이 나오도록 해 놨는데, 전기 배선에 문제가
있는지 앞에 '인정 사정'에는 불이 안나오더라구.

* 그래서?

- 그럼 '볼 것 없다.' 라는 것만 보이잖아. 근데 멀리서 보면 '볼 것
없다.'라는 영화를 하는데 앞에 사람들이 막 영화 볼려고 몰려들어 있는 것
처럼 보이거든.

* 그래서?

- 볼 것 없다는데 기어코 보겠다는 사람들 같아서 웃겨서.

* 끝이야?

- 응.

* 이 글 삭제 당할꺼야. 꼭.

- -_-; 야야..왜그래..

* 근데 무슨 얘기 하다가 이런 얘기까지 나왔지?

- 음... 아. 웃긴 얘기 해야 안짤린다는거까지 했었어.

* 그렇군.

- 아 참. 너 혹시 '유브 갇 메일'이라는 영화 봤니?

* 넌 나방한테 영화 봤냐고 묻는 질문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 -_-; 미..미안해.

* 암튼 그건 왜 물어보는데?

- 거기서 조(톰 행크스)랑 캐서린(맥 라이언)이랑 나오는데, 조는 큰 체인점
서점 주인이고 캐서린은 조그만 서점 주인이야. 암튼 여차 저차 해서 캐서린
가게는 톰네 가게 때문에 망하거든. 그 가게는 어머님이 물려주셔서 46년동안
운영하던 가겐데 말야. 그럼 나 같으면, 아무리 좋아도 조 하고는 좋아하지
못할 거 같아. 근데 좋아하더라구.

* 조와 해?

- 좋아한다구!

* 조와 뭘 해?

- 우워워어어어!!! 지읏. 오. 히읏. 이응. 아. 히읏. 아. 이. 좋아해!

* 하지만 우린 둘 다 남자고.. 너는 사람이고 나는 나방인데...

- 널 좋아한다는게 아니고!!!!! 조랑 캐서린이랑 좋아한다구!!!!!!

* 알아 알아. 그냥 웃겨볼려구 한거다. 그래야 우스게에서 안짤릴거 아냐.

- 넌 참 속이 깊은 나방이구나.

* 고마워.

- 암튼, 저 비디오 보니까 또 처량해지더라. 아이구 내 신세야. 좀 있으면
가을인데 난 신세 타령이나 하며 낙엽을 밟아야 하는건가.

* 안됐다.

- 그렇지?

* 응. 낙엽이 안됐어. 신세 타령이나 하는 애한테 밟혀야 한다니.

( 순간 터빵은 침대 위에 있는 베게를 집어들고 나방한테 던져버릴까 하는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

- 암튼 말야, 무슨 증명서 같은게 있었으면 좋겠어. 누구 누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확인해주는 증명서.

* 그건 어떻게 따는 건데?

- 그러니까.. 몇가지 시험을 거치는거야. 그(또는 그녀)를 언제 만났나 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는 것도 하구, 고문 같은 거 해서 얼마나
참아내는가도 해 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알약 두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거야. 하나는 독약이고, 하나는 비타민제.

* 비타민 뭐야? A? B?

- 너 주거. -_-;

* 그런 말은 하지 마. 사람이 나방 죽인다는 소리 하면 그게 농담으로 들리는
줄 알아?

- 아무튼!!!!! 그렇게 두 알약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먹는다면, 그건 죽음을
각오하고 먹는거잖아. 그러면 최소한 그 사람은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소리 아닐까?

* 너 만약 그런 시험 있으면 칠꺼야? 그래서 자격증 딸꺼야? 그럴 정도로
좋아했었어, 그 사람을?

- ..... 말을 해 놓고 보니까..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좋아하진 않은 것 같아.

* 그게 뭐야. 에이...피...

- 그래. 그렇게 따지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그렇게 자격증을 따 오면 그녀는
나를 좋아해 줄까?

*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좋아해 주지 않을까?

- 동정?

* 아마도.

- 됐어. 동정 받고 싶지는 않다.

* 그럼 말구.

- 굉장히 씨니컬한 나방아, 이제 나 잘래.

* 그러렴. 근데 너 잘꺼면 이 불 끌꺼지?

- 응.

* 그럼 난 다른 곳으로 날아가보련다.

- 그래. 나랑 얘기해줘서 고맙다. 잘 가.

* 내가 가기 전에 한마디 하자면,

- 무슨 얘기?

* 만약 그녀가 너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아마 그녀는 그 자격증 필요
없다고 할꺼야. 그거 따다가 죽으면 어떡하라구. 그리고 그 자격증 따라고
내버려두는 여자는 좋아할 필요 없어. 네가 죽으나 마나 상관 없다는거 아냐.
그런 여자가 어디 그런 자격증 때문에 널 좋아해 주겠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나 하지 말고 아는 사람들한테 어여 소개팅이나 부탁해 봐. 알았지?
그럼 나 간다. 안녕.

그리고 나방은 회색의 날개를 퍼덕이며 내 방 창문을 통해 불이 켜진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나는 나방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자기 몸이 타더라도
불이 좋아서 불 속으로 날아드는 저 나방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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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2:15
조지 번스 아저씨가 .. 90세 때 섹스하는 건, 마치 당구 칠 때 밧줄을 큐대로 쓰는 것과 같데요... 그러니까 한살이라도 젊을때 많이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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