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9) (2309/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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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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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9) (2309/37582)

포럼마니아 1 8,847

- 감정이 격해지면 코 속에서 뭐가 콱 막히는 느낌이 나면서 눈 앞이
흐려진다. 그리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가, 참으려고 눈을 감으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얼른 눈물을 닦으면
또 다시 눈물이 고인다. 이번엔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린다. 그러면 막힌 코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워 진다. 큭, 큭 하고
숨을 몰아쉬다가,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면 또 눈물이 흐른다. 이제는 더 이상
감출 필요도 없다. 그냥 울어버리면, 끅 끅 하는 숨 몰아쉬는 소리와 함께
어깨까지 들썩이게 된다. 표정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지고 눈 주위와 코는
빨갛게 부어오른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이제 좀 되었다 싶어서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숨을 고르고 있으면, 그대가 나처럼 울고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 때문에 우는 그대의 모습이 서글퍼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숨은
막히고, 눈 앞은 아무것도 안보이고, 코에서는 콧물까지 흐른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엉엉 소리까지 내며 우는 내 모습을 상상할 여유도 없다. 그런
모습으로 그대에게 말을 한다. 목이 메여 말도 잘 안나오지만, 가까스로
목소리를 끄집어낸다.

" 이제 우리... 다시는 못 보는거야? "

그리고 눈을 들면, 그대의 눈 또한 나의 눈과 같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음을
본다. 또 눈물이 흘러 내린다. 세상이 다 이그러져 보인다.

11월 11일. 비가 세상을 눈물처럼 이그러져 보이게 한다. -

하지만 영경이는 이별하던 날, 울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었다. 이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우리 그만 만나자고.
그러더니 어제 만나서는, 헤어진 날 집에 가서 울었단다. 그리고 자기가 나를
찬게 아니라 내가 자기를 찬거란다. 그 남자는 그냥 좋은 오빠란다.

여기까지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제일 이해가 안가는 건, 헤어질때
손을 흔들던 영경이의 오른손에 끼워진 반지였다.

나는 영경이와 헤어진 그 날, 집에 오면서 반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그걸 보면 계속 생각이 나니까. 그런데 영경이는 어떻게 그 반지를 끼고
다닐수가 있는가. 설마..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말도 안된다. 그럴꺼면
뭐하러 헤어지자고 했고, 그럴꺼면 뭐하러 이렇게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해야
했는가. 아니다. 아닐꺼다.

어제 집에 와서는 혼란한 생각을 가눌 길이 없어 그냥 잠을 잤다. 자고, 또
자고 해서 이젠 잠도 오지 않는다. 이젠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정리하지 못한다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사진을 돌려주며 이젠 이런 사진 나에게는 필요 없다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는 서글프게 변하는 영경이의 표정을 슬그머니 기뻐하던 나는
또 뭐란 말인가. 아직도 하나도 못잊은 건가? 아니면 단순한 복수심인가? 내가
슬프니 너도 슬퍼보라는?

다시 한번 영경이를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물어봤으면 좋겠다. 너 나 아직
좋아하니? 너 나 아직 못잊은 거니? 너 나 아직 생각나니? 너 나.. 아직
사랑하니? 아니, 그것보다도 먼저 물어볼 게 있다. 그 반지의 의미는 도대체
뭐냐고.

영경이가 나를 찬게 아니라, 내가 영경이를 찼다는 그 말. 그 말은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 아니지만, 과정으로 보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이별이라면, 이별 하기 전에 이별 예감을 느낀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이별하기 일주일 전부터 뭔가 이상한 것은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이별할 줄을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모른 체 했겠지.

어느날에서부턴가, 영경이와 길을 같이 걷다가 영경이보다 이뻐보이는 여자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친구들끼리 미팅 소개팅 나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직도 그런 거 하냐고 생각했지만 어느날에서부턴가 나도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경이의 왼쪽 뺨에 있는 점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지만, 어느날에서부턴가 점빼는 수술을 해서 저걸 빼면 더
이뻐지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경이가 더 키가 컸으면 좋았을 껄... 영경이가
머리를 더 길렀으면 좋았을 껄... 영경이가 살을 좀 더 뺐으면 좋았을 껄...
영경이가 좀 더 귀엽게 굴었으면 좋았을 껄... 영경이가 더 애교있는 행동을
했으면 좋았을 껄... 영경이가 돈을 좀 더 내주었으면 좋았을 껄...

얼마나 웃기는 생각인가. 내가 영경이를 더 좋아하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한채로, 영경이 네가 바뀌어야 내가 더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하지만 이 생각은 이별 뒤에 난 생각이고, 사귀고 있을 때는
나질 않았다. 차츰 영경이에게 하는 전화가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고,
영경이에게 오는 삐삐에 대한 답장을 치는 것이 늦어졌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영경이와 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난 변명하고 싶다. 남자 여자끼리 2년이 넘게 사귀면서 나 같은 생각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누구나 상대방이 좀 밉게 보일때는 이별도
생각해 보고, 좀 모자라다 싶은 점이 있으면 불평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계속 사귄다는 것은, 그것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를, 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무엇보다도, 영경이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들고 어떤 점이 불만이든 간에,
이건 확실했다. 시험 때문에 일주일만 못 본다고 해도 환장할 것 같았는데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견디겠는가. 나는 영경이와 절대
이별할 수 없겠다. 이것이 이별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영경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영경이는
이별을 결심했고, 나는 결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영경이의 말 뜻은 내가
잘못해서 헤어지자고 말한 거니까, 결국은 내가 자기를 찬거라는.. 그런
뜻인가? 다른 남자와는 상관 없이 내가 잘못해서 헤어진 거니까, 결국은
그것이 내가 영경이를 찬거라는 뜻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영경이가 다른 남자가 더 좋아져서 헤어진게 아니라,

내가 잘못해서 영경이와 헤어진 거라면...

내가 잘하면 영경이와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뜻인가?

모르겠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창밖을 보니, 비는 여전히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무릎을 모으고 침대위에 앉아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또
옛날 생각이 났다. 너를 씌워주려고 비가 오면 난 항상 큰 우산을 가지고
갔었지. 그럼 너는 그런 큰 우산은 혼자 쓰면 안된다면서 자기 우산을 접고 내
우산을 같이 썼잖아. 그런데 나는 몰랐어. 우산에 구멍이 나서 비가 조금씩
새고 있었고, 그게 너한테로 계속 떨어졌었다는 걸. 그래도 너는 그냥
웃으면서 나랑 우산을 같이 썼잖아. 우산을 잡은 내 팔을 꼭 잡고 말야.

그건 언제였더라. 아, 내가 너희 학교 앞에서 기다릴 때였지.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왔었잖아. 그래서 난 근처의 건물로 들어가서 너한테 삐삐를
쳤지. 소나기니까, 학교에 있다가 비 그치면 천천히 오라구. 그런데 그 삐삐를
치는 동안 누가 내 등을 톡톡 건드렸어. 뒤를 돌아보니.. 비에 흠뻑 젖은 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

" 비 그치면 오지, 왜그랬어.. "

" 빨리 보고 싶어서. 잘했지? 응? "

" 기다려 봐. "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가 비를 맞았어. 그리고 똑같이 흠벅 젖은채로 너에게
얘기했지.

" 내가 젖으니까 너는 좋니? "

" 응. "

아니라고 말 할줄 알았는데, 응이라고 말하며 생글거리는 너를 보며
웃음짓던.. 그 때가 생각난다.

비는 그때처럼.. 하염없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하염없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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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20
조카네 선생님이 사람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데요.. 쭈가 조카한테 얘기해 줬어요.. 그런얘기는 못생긴년들이 하는 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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