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20] 군인들의 잠꼬대

002.jpg


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20] 군인들의 잠꼬대

AVTOONMOA 0 1,772,904
[병영일기-20] 군인들의 잠꼬대          


─────────────────────────  ──────────────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입니다.


<64> PT 체조.

  훈련소에 온지 벌써 4주째가 넘어선다.

얼차려 당할땐 5분도 길어서 환장하겠더니 지나고 나니까 이렇게 빠를수가...

" 자살한다 자살해..."

이젠 우리도 지나가다가 4주이하 교육생들을 보면 이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오늘도 야전교육(夜戰이 아니라 野戰임)을 받으러 야외로 나갔다.

교육장에 도달한 뒤 PT 체조(physical training)를 했다.

일명 피(P) 튀(T)기는 체조....

하는 요령은 뛰면서 다리는 벌렸다 붙였다 하는것이고 팔도 양팔로 벌렸다가

붙였다가 하는것인데 이게 PT체조중 8번이라고 한다.  일명 팔벌려 높이뛰기....

사제인도 이것은 알것이다.  또 하나가 제비(?)높이뛰기라고도 하는 PT 2번인데

손은  앞으로 나란히 하고 밑으로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다리는 굽힌채로 뛰는것이다.

(에고 글로 설명하려니 힘드네...그림으로 설명을....)


컴          컴/  웃차...
/┖   ┓     ┖
<>          

구부렸다가 폴짝..뛴다.


근데 이 체조는 구령을 붙여서 해야 하는데 네번을 뛰고 난 뒤 땅에 착지하는

순간에 '하나'를 외쳐야 하는거다.  그리고 또 네번을 뛴뒤에 '둘'......

왜 그런지 몰라도 마지막구호는 생략이다.  즉 10회를  하라고 했다면 9회까지만

'아홉' 하고 구령을 넣고 마지막엔 그냥 절도있게 차착...하고 서야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어딜가도 고문관은 있게 마련......

꼭 한명씩 실수를 하는 바람에 나머지 훈련병들은 짜증을 내며 또다시 PT를 해야만

하는거다.   게다가 한 번 실수하면 두번째는 그 수가 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고문관이 속출하는데는 우리의 교활한 조교 역할도 크다.   그들은 PT를 시킬 때

이렇게 명령을 한다.

" 자....PT 8번 준비! "

" 으앗..(기합소리)...."

" 최초 30회 ......몇회? "

" 30회! "  우린 복명복창을 한다.

복명 복창을 하는 이유는 잘못들은 뒷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다음순간 조교는 알아듣지도 못할만큼 작은소리로 " 20회 실시 " 하고

명령을 내린다.  그걸 겨우 들은 앞쪽의 훈련병들은 뒤쪽의 훈련병들을 걱정하면서

체조를 시작한다.  마치 뻔히 물릴줄 알면서도 호랑이 아가리에 손을 집어넣는

기분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뒤에 서 있는 바람에 못들은 훈련병들은 마지막 구호를

아주 원기왕성하게  " 스물......." 하고 외쳐버린다.

이윽고 조교.....마치 화난척..

" 이것들이 정신 안차리나?......다시 PT 준비.......최초 60회....몇회? "

" 60회..."

" (작은목소리로)  50회 실시......흐흐 "

" (역시 작은목소리로..) 엿같은 새끼...-_-; "


이렇게 기하학적으로 불어나는게 PT체조다.

후반기 교육때는 앉아서 360도 회전하면서 쪼그려 뛰기를 이런식으로 했는데 정신

못차리는놈들땜시 240회까지 한적이 있다.  말이 240회이지 이게 또 장난이 아니다.

30회부터 시작하여 배로 불어난 쪼그려뛰기를 해서 마지막에 240회이니 실제론

450회가 되는 것이며,게다가 1회가 4번을 뛰는것이니, 한번 450곱하기 4를 해보시길..

너..넘 어려운걸 시켰나? -_-;

절반도 못해서 다리에 끊어지는 듯한 심한통증을 느끼고 풀썩 앉아버리게 된다

이렇게 얼차려 받는 시간은 정말이지..........지독하게 시간도 안가고 조교도

죽일정도로 밉다.

' 으..........저 새끼.. 퇴소하는날 저새끼부터 죽여버릴꺼야....으......'

모두들 증오심으로 똘똘 뭉쳐져서 오기로 버티는 것이다.

암튼 유격훈련을 하려면 PT체조로 워밍업을 하기 때문에 필수다.




<65> 물한모금때문에....

야외훈련중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배식차가 산길을 털털거리며 올라오고 있는걸 보노라면 암만 힘들어도 금방 힘이

솟는다.  드디어 배식시간.....  모두들 식기를 받아들고 배식을 받았다.

야외라 그런지 더더욱 배고프고 입맛도 좋았지만 그렇다고 맘대로 먹을수는

없는일.......한정되 있는 밥통만 원망스레 쳐다봤다.   그리고 제각기 앉아서

소풍온 아이들처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 먹고 남은 것은  짬통에 버리는데

반드시 어디선가 나타난 일명 ' 짬 아줌마' 가 짬통에 남은 잔밥들을 퍼가는거다.

돼지 등등의 가축들에게 주는 먹이인 것은 알겠는데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게 참

신기했다.  그때 식사를 좀 늦게 해서 오후 훈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미처

물을 못먹은 훈병들이 주전자에 모여서 서로 마실려고 난리였다.

내가 주전자로 애들에게 한컵씩 따라 주고 있었는데 그때 조교의 땡고함소리..!

" 야..........그만하고 집합..."
그래도 몇 명 남은  훈련병들은 필사적으로 마시고 갈려고 주전자에 컵을 들이민다.

" 야...야......괜찮어..........빨리 부어봐...괜찮어...."

할수없이 계속 부어주고 있으니 조교가 다시 고함을 지른다.

" 야 임마? 빨리 집합하지 못해? 주전자물 땅에 다 부어....어쭈?....동작봐라..."

할수없이 난 마지막으로 남은 동진이란 녀석이 컵을 들이미는걸 모른척 하고

주전자 물을 땅에 다 부어 버렸다.   갑자기 동진이 인상이 화악 달라지며 낮게

톕조린다.

" 이 개쉐이............너 이따 죽을줄 알아라......"

동진이는 인상이 무척 무섭게 생긴애였다.

몇년전 신문지상에 나서 떠들썩했던 '막가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진이 정도면 얼굴만으로도 막가파 부두목을 해낼정도였다. --;

' 음......이거 난리났군. 녀석이 밤에 잘 때 야삽으로라도 내려치면 어떡하지?

우~~절대 저녀석 근처에 있으면 안되겠다.........조심해야지.....'

살기등등한 동진이의 눈빛을 본 나는 동진이의 복수(?)가 신경이 쓰여서 훈련에

제대로 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훈련이 끝이 나자.....조교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 야.....거기 150번 하고 146번..... 저기 교보재를 창고에 갖다놓고 와..."

" 예....알겠습............아아아악...! "

" 왜그래? 임마.."

" 아..아닙니다..-_-;;"

............146번이면 동진이잖앗......?

게다가 교보재 창고는 훈련교장에서 50m나 떨어진곳에 있었기에 나는 더더욱 질겁을

할수 밖에 없었다.

' 으.....저...저놈이 조교에게  돈을 먹였나? 에고....간첩잡아서 조기제대

할꺼라고 친구들에게 장담하고 입대했는데 이등병도 달기전에 객사를 하게

되는구나....'

걸어가면서 교보재를 맞들고 가는 동진을 슬쩍 쳐다봤더니 의외로 아무 말도

표정도 없다.    그러니 더더욱 불안하다.    

' 으....저 손을 봐!...정말 싸운꾼 같은데...저 주먹한방이면 분명 난 수통감인데.

에고....이럴줄 알았으면 격투기나 배워서 입대하는건데....'

앞에 나타나는 창고가 마치 내 무덤으로 보였다.

드디어 창고안으로 들어가자 동진은 홱 하고 나를 쏘아본다.

" 이새끼........너 오늘 한 번 죽어봐라 "    

' 으아...악.... '

동진은 내 멱살을 잡고 죽일 듯이 주먹을 꽉 쥐었다.

" 아니 그게 아니고...난 그저 조교가말야........"   공포에 떨며 비참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 때 다른 애들이 남은 교보재를 들고오다 그 우리를 보았다.

' 휴........살았구나..'

그 애들은 싸울듯한 우리를 .......아니, 맞을듯한 나를 보더니 급히 와서 말린다.

동진은 말리는 애들을 젖히면서 마구 욕을 한다.

" 놔...쌔꺄.......전우애도 없는 저런새끼는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구..."

말려주는 얘들 때문에 힘을 얻은 나는 있는대로 온힘을 다주어서 그녀석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동진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더 무섭게 나를 째려본다.

" 이자식이 감히 누굴 노려봐? 넌 사제였으면 날 쳐다 보지도 못했어...알어? 임마?"

' ...............................???? '

싸움(?)은 이렇게 싱겁게 끝이 났지만 나는 아직도 대구 사는 동진이가 사제에서

뭐하다가 입대했는지는 잘 모른다.




<66> 시속 2km 야간이동.

또 야간교육을 받았다.

이번엔 야간에 소리내지 않고 이동하는 교육이다.  조교의 시범을 보자니 한손으로

소총을 파지(破紙)하고 다른 한손으로 허공을 휘휘 젖는다.  야간이동시엔 앞이

보이지 않으므로 부딪치는 물체가 있는지 손으로 확인 하는 것이다.  그렇게 휘휘

저으면서 서서히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굽혀서 앉는다.  그리고 땅까지 손으로

더듬어 보고나서 겨우 한걸음을 살짝 떼는 것이다.  성질급한 사람은 아마 적의

총알보다 열불나서 죽어버릴 것 같은 훈련이었다.

드디어 실습....

우리들을 몇팀씩 나누어서 울창한 산중턱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약 20명정도 단위로 이동했는데 정말 아무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이따금씩 들리는

소리라곤 애들이 한 번씩 내쉬는 숨소리나 수통에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억지로

참았던 방귀를 여러번으로 살짝 나누어 뀌는 소리뿐이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라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에서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녀석들의

눈 흰자위빼고는...

어딘가에서 갑자기 총알이 날라올것같은 밤이다.




<67> 잠꼬대

훈련을 마치고 막사에 와서 씻고 간단한 점호를 취하고 취침에 들어갔다.

군대에선 취침시간인 10시부터 30분동안은 절대 돌아다닐수가 없다.  30분동안

유동(有動)병력이 있으면 분명 얼차려감이다.  옛날 쌍팔년도 군대시절에 점호만

마치면 고참들이 쫄병 집합시켜서 구타하기 때문에 생긴 규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대가서는 이 규칙이 유명무실(有名無實)한 규칙이란걸 알게 되었다.

자고 있는데 누가 날 깨운다.

2시부터 3시가 내 불침번 시간이었다.  복장을 하고 인원현황판을 목에 걸고

근무를 섰다.  불침번을 서며 한시간동안 내무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노

라면 정말 배꼽에 주름이 다 풀릴정도로 배를 짼다.

피곤해서인지, 아직 군대라는 환경에 적응을 못해서인지 잠버릇이나 잠꼬대를

안하는 녀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음....냐........ 23사로 이상무....."  

" 예...알겠습니다. 위치로.........."  

" 아닙니다......예....129번 훈련병.......음.냐..."  

심지어 잠꼬대로 서로 대화를 하는 녀석도 있었다.

" 야.......놔...."

" 니가 놔......임마......."

" 싫어....니가 어서 놔.."

나참...어이가 없어서.........자면서 방귀를 계속 끼어대는 녀석도  있었으니.....

안 웃을래야 안 웃을수가 없지.

불침번의 임무중 하나는 환자파악이다.

그래서 한명 한명 유심히 살펴보면서 가고 있는데 한 녀석을 자세히 보니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 임마........아.......안자고 뭐해? "

놀란 가슴을 쓸어안으며 내가 소리치자 그녀석이 내게 하는말..

" 드러렁............쿨쿨..."   -_-;;

잉? 눈을 뜨고 자고 있는것이다 .  크....나참 하여간 별놈이 다 있어..

잠버릇이 제일 심한 녀석은 내 건너편에 있던 남묘호랭교를 믿는다는 배영탁이란

녀석이었다.  성격이 온순했던 영탁이는 잘 자다가도 무슨 조그만 소리만 나면 벌떡

일어난다.  마치 배트남 참전군인의 휴우증같다.  그리고는 급히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 것이다.            ' 음.............설사가 났나보군 '

그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지켜보고 있노라면..... 영탁이는 옷을 다 입고나서

군화를 신고 내게 다가 와서는 한마디 하는거다.

" 아아..................그래.......수고 많았다. 자 어서 교대하자....."

" -_-;;;"

푸하하........자기 불침범 시간인줄 아는거다. 이녀석은 어찌나 유명했던지

나중엔  모두 그 이상한 증세를 알게 되어 한밤중에 그녀석이 일어나기만 하면

뛰어가서 다시 재우곤 했었다.

" 더자라........더자......너 불침번 아냐......"

그녀석......아직도 그러고 있지는 않을런지......쩝.




<68> 염불하는 훈련병들.

갑자기 모두 절에 집합을 시킨다.  음..........뭘까?

절에서 무슨 행사라도 하나?   혹,  소림무술이라도 갈켜주려나?

급히 집합하고 보니 오늘 前육군참모총장이 와서는 연설을 한다고 한다.  모두

절내부로 들어가 제자리에 앉았을 때 안경을 쓴 前육군참모총장이 들어왔다.

비록 예비역장성이긴 했지만 대장(★★★★)이 아니던가?  훈련병과 대장.......

정말 극과 극이다.   하지만 알아듣지도 못할 연설이 시작되자 애들은 어김없이

졸기 시작했고 나중엔 반 이상이 자고 있었다..

" 쿨..........쿨..........."

내무실장들이 돌아다니면서 낮은 목소리로 "어이.......안 일어나? 이 쉐이들..

너! 옆에 안깨워? " 하고 눈을 부릅뜨고 협박을 했지만 졸음앞에 장사가 있을쏘냐..

모두들 앉아서 꾸벅....꾸벅...........이젠 안 조는 거의 녀석들이 없었다.

빡빡머리들이 절에 앉아서 꾸벅꾸벅대니 마치 스님들이 염불을 외우는거 같은

풍경이다.

" 허허....거기 하사님들...조는 훈련병들은 그냥 놔둬요..얼마나 힘들겠어요.

괜찮아요.."

전육군참모총장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얼굴은 어서 두들겨 패서라도 깨우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_-;

하사는 쓴웃음만 억지로 지으며 우리를 향해 눈을 부라린다.

" 흐흐....흐흐...흐흐흐......"

지루하고 지루했던 육군참모총장의 연설이 끝이 났다.  군생활 열심히 하란말 같다.

물론 육군참모총장이 자가용을 타고 연병장 끝으로 사라지자 말자 우리는 달콤했던

잠의 댓가를 톡톡히 치루어야만 했다.
                                                                  - 계속 -



< 다음편 예고 >

다음편엔 군대 의무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유격훈련과 수류탄 훈련,

        참호파는 훈련과 체육대회에 대해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토요 스페셜(?)로 좀 길게 올릴테니 많이 읽어주세용..


0 Comments
제목

[ 유머가 가득한 마을 유가촌 1 입장하기 클릭! ] 

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