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26] 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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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26] 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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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일기-26] 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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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90> 우는 군인들.

너무도 기대했던 퇴소식이 끝나버려 허무한 우리 군바리들.......!

그 동안은 힘들어도 퇴소식하나 때문에 견디어 냈는데 이젠 한가닥 희망도 없다.

" 에고......이럴줄 알았으면 퇴소식날 좀 많이 먹어 두는건데.. "

암만 후회해도 다 지나간 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후반기 교육을 떠나는 날이다.

수송병과를 받은 애들은 가평으로 갈 것이다, 아니다 경산으로 갈 것이다 하며

왈가왈부 하고 있었고  통신병들,  전산병, 카츄사등등.......모두 자기가 가게

될곳들을 줏어들은 얘기들로 점 쳐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 헌병병과들은 아무말이 없었다.

성남의 육군종합행정학교(줄여서 종행교)로  떠나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부터 헌병학교는 여기와 달라 군기가 무척 세다는 말이 돌아

걱정부터 하는이도 많았다.

" 얌먀............. 특전사, 공수부대들도 있는데 뭘 걱정하고 그러냐? "

" 그럼 특전사 가지 그랬냐? "

  드디어 저녁 식사를 하고난 뒤 ..............!

자신의 모든 소지품을 더플백에 모두 넣어서 집합을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 드디어 투입이구나......'

대기시절....매번 해봤던 일이라 낯설지가 않았다.  지급받은 모든 물품을

더플백에 넣어서 어깨에 매었다.  더플백 무게가 장난 아니게 어깨를 짓누른다.

연병장에 중대별로 모두 모였다.  그리고는 이제는 헤어져서 다시는 못볼거라는

아쉬움에 모두들 악수를 하며 잘가라......건강하라.......는 인사들을 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연병장은 수많은 군바리들로 웅성웅성....바글바글 했다.

" 얌마.....잘가. 고생 많았다.   꼭 편지해...."

" 그래.....잘가라.  자식...... 생이별이 따로 없구나.....그동안 잼있었어.."

" 헤이.....고문관... 자대가서는 고문관 노릇 청산하고 생활 좀 잘해라.."

" 크하하........너나 잘해 임마......똥 웅덩이에 빠졌던 녀석이......"

갑자기 웬일인지 모두들 눈물을 찔끔거리기 시작한다.   TㅡT

" 야야.....이제와서 말하는건데 저번에 나 도와준거 고마웠었어.."

" 푸하하.......짜슥......고맙긴.... 제대하면 꼭 연락해..."

" 행군할때 수통에 물 있었는데 일부러 너 안줬던거 정말 미안해.."

" 아냐...나도 넘 이기적이었던거 같어..잘 가라.....고생많았어.."

이윽고 연병장은 눈물바다가 되어 버린다. TㅡT   모두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참으로 기묘한 장면이었다.

남자가 우는........그것도 명색이 군인인 남자들이 우는 걸 본적이 있는가?

본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장병들이 한꺼번에 눈물 흘리는 장면은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같이 동고동락하며 6주의 생활을 같이

했었던 전우들.....!  싸우면서 미운정도 들고 같이 고생하면서 연민의 정도 들고..

그렇게 깊어진 군인들의 우정!   동지애!        그렇다!

겉으로는 이기적인척 티격태격했어도 우리는 우리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두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마지막으로 한명이라도 더 아는애들과 인사를 나누려고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먼산만 하염없이 쳐다보고있는 녀석도

꽤 많았다.   나는 물 주전자 때문에 교보재 창고에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

동진에게도 가서 인사를 나누었다.

" 그땐 미안했어. 동진아........... 이해하지? "

" 하하....그럼..이해하지..... 아직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니? "

" 그래 고맙다......... 어딜 가더라도 부디 몸건강히 제대하거라...... "

" ........ 무슨소리야?   나도 헌병이야....우린 같이 성남에 가잖어..."

' 끼으아아아아아..........하나님이시여....! '

  이때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를 뚫고 힘차게 울려 퍼지는 소리 !

" 담배 일발 장~~~~~~전.........!."

기간병이 외친소리였다.  

훈련병들도 모두 함께 외쳤다.

" 발사! "

그리곤 죄다 담배를 꺼내물고 피워대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져오기 시작하는 연병장은 때 아닌 안개로 가득차 버렸다.

그때까지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었던 나는 담배연기 때문에 그만 울어 버렸다.

또다시 기간병이 외친다.  

" 담배 소등 5초전 "  

모두들 일제히 담배를 땅에 비벼껐다.

이제 투입인 것이다.




<91> 외계인.

기간병은 우리 모두를 집합 시킨뒤에 지금부터 하는말을 잘듣고 새로 모이는

그쪽 소대로 찾아가라고 했다.   사람이 하두 많고 기간병은 혼자 씨불어 대기

때문에 이때 귀를 잘 기울여야 한다.  못듣고 재차 물으면 기간병은 짜증을

내면서 두들겨 패기도 했다.

" 간다간다 열차소대 2 소대 1795 부대.  박해일  이승우 "  

" 간다간다 열차소대 4 소대 2341부대..  이해룡 안명재.. "

이런식으로 불러주면 소대별로 모여야 하는 것이다.

모두들 열차소대별로 다시 모여서 연병장에 앉았다.

같이 앉아 있는 녀석들은 같은 곳에서 후반기를 받거나 혹은 근처로 갈모양이었다.

땅에 앉아서 잡담을 하면서 있는데 저 멀리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 어? 저게 뭐야?   빨간불이 깜빡거리기도 하고....."

" 2개인거 같은데? "

" 가만...........무슨 소리가 들려. "    

' 척척척척! '

갑자기 헌병 3명이 연병장에 나타났다. 하이바를 쓰고는 발에서는 " 척척척척..."

하는 괴상한 쇳소리가 났고, 야간이라서 빛 반사재질이 첨부된 옷을 입어 몸은

번쩍번쩍했으며, 흰장갑을 낀 손에는 교통정리할 때 쓰는 빨간색 봉(TCP 봉)을

들고 있었다.  마치 갑옷을 입고있는듯한 생소한 그 모습이 우리 눈에는 외계인

같이 보였다.  울긋불긋한 겉옷과 요란한 쇠구슬소리, 손엔  빨간 봉........

어떻게 보면 무당 같기도 했다. 시커먼 하이바 밑으로는 코와 입만 보였고 굳게

다문 입이 웬지 거부감부터 일으킨다.

그 헌병들중 한명이 저쪽 열차소대 애들에게 물었다.

" 야.......여기 헌병병과들은 어딨냐? "

' 헉.......'

그 소리를 듣고 우리들은 잔뜩 쫄아버렸다.

" 저기에 있습니다."

그 애들 말을 듣고 헌병들은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척척척척............

" 니들이 헌병이냐? "

" 예....그렇습니다 "  

갑자기 그들의 태도가 돌변한다.

" 오잉? 그래........헤헤헤....귀여운 것들......."

" 그래그래.........고생많았지?  이젠 너희들은 성남으로 가게 된다 "

" 누나나 여동생 있는 사람 손들어 봐라.. "

" 저...저요..."

" 앗?..처남....뭐하다가 이제서야 입대했어..? 그래 누나는 지금 뭐하고 있니? "

" 결혼해서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

" 음.........너 죽을래? "

좌중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 헌병에 대해 궁금한거 있으면 질문해라.."

" 헌병학교가면 무엇무엇을 배우게 됩니까? "

" 여러 가지를 배운다.  체포, 수색, 순찰, 헌병무술, 경계, 경비, VIP경호, 소요

진압, TCP(교통 정리신호) 포승요령, 각종이론교육 등등등이다. "

" 얼마동안 받게 됩니까? "

" 8주 동안이다. "

' 으악.......6주 논산훈련도 미칠 것 같은데 또 8주라니....-_-;'  

" 여군헌병도 있나요? "

" 자슥...밝히기는... 그렇다.  아마 니들 헌병기수가 587기 일텐데...같은기수의

여군이 한명있는걸로 알고 있다. 같이 훈련을 받는다 "

대근이 녀석이 재차 묻는다.

" 그럼 여군하고 잠도 같이 잡니꺼? "  

또 좌중에 폭소..!

" 푸하하하하..........."

" 욘석아...쥐가 고양이옆에서 자는거 봤냐?  암튼 논산이 훈련병들의 천국이라면

후반기 교육은 이등병들의 천국이란 말이 있다.  타 병과에 비해 헌병은 약간

예외이긴 하지만 군기가 세도 훈련은 논산보단 나을 것이다. 이론교육이

반을 차지하니깐 "

헌병들에게 질문을 해대는동안 출발 시간이 되었다.




<92> 사랑의 반대말.

헌병들은 tcp봉에 불을 밝히고 길목마다 서서 차량을 통제하며 우리를 인도했다.

우리들은 더플백을 둘러매고 모두 줄을 서서 경보하듯이 빠른걸음으로 이동을 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길을 앞사람 뒷통수만 보고 한참 걷고 나서 보니 연무대

기차역이 나타난다. 마치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우뚝 서있어 신비감이 더 했다.

몇십분을 기다리자 드디어 기차가 도착했다.  모두들 자기 열차소대로 가서 앉았다.

  나는 한준이라는 녀석과 같은 의자에 앉았다.

모두 제자리에 착석하자 곧이어 연대장이하 간부들과 조교들이 모두 열차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며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도 하고 격려도 한다.   연대장이야 맨날

하는 일이니 지극히 형식적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이등병들에겐 무척

의미있는 행사치례였다.    우리들은 무사히 훈련을 마친것을 축하도 해주고

또 다른곳에 가서도 열심히 생활하라고 격려도 해주는 말에 새삼 감격스러웠다.

' 아.....정말 내가 이등병 계급장을 달았구나.. 회사 진급때도 이런기분일까? '

드디어 기차가 칙칙칙...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밖에는 교관들과 하사들, 조교들이 모두 일렬로 서서 우리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문득 훈련소 입소때 통일문앞에서 박수치며 낮게 욕을 톕조리던

기간병들이 생각이 나서 더욱더 감개무량했다.  나를 갈구고, 얼차려 주고,

고함을 지르던 기간병들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는 모습....... 창가를 스쳐

지나가는 마치 꿈같은 현실.......평소 안당해본 경험들이 연달아서 계속 일어

나면 꿈같이 느껴지나보다.

애들은 제각기 창가에 몰려들어 자기 중대의 조교들과 교관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젠 마지막인데.......지금 못보면 영원히 못보기에 마지막으로 보고파 모두들

끝없이 일렬로 서서 박수치는 기간병들 사이에서 자기가 아는 기간병을 발견

하려고 아우성이었다.

  아!~~~~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말한사람이 누구였던가?

비로소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기차는 점점 속도를 내면서 역을 빠져 나오려 하는데 암만 둘러봐도 내가 아는

기간병들은 도저히 발견할 수가 없다.  조바심이 나려는 순간 나는 역의 맨끝쪽에서

함박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악바리 최 창인 상병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나도 마구 손을 흔들어 댔다.

그 악명높은 기간병에게 내가 언제 그렇게 정이 들었을까?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최상병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잘있거라.........그리운 연무대 입소대여....!!

잘있거라.........그리운 논산 훈련소여......!!

잘있거라.........그리운 기간병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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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련소 편 끝 >











                  < 내일 예고편 >


다음편엔 기차역에서 사제전화를 할려고 아우성치는 군인들,

        헌병학교에 들어가기까지의 요상한 과정,

        그리고 입대후 최초로 하게 되는 오침(午寢),

        오침도중의 내무반의 침입자....등등에 대해서 올리겠습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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