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32] PX 가는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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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32] PX 가는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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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32] PX 가는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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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
<101> 취식물 반입금지.

오늘은 일요일이다.   헌병학교에서는 일요일에만 PX를 사용할 수가 있다.

2구대 내무반장의 인솔하에 모두 모여 PX로 향했다.  번호순이기 때문에 6번이었던

나는 사고 싶은 과자, 음료수들을 빨리 사서 편안히 자리잡고 먹을수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어린애들에게 팔리는 과자보다 군인이 해치우는 과자가 더 많지 않을까?

PX에 붙어있는 롯데광고 포스터를 보면 '군인아저씨들 감사합니다' 라고 적혀있다.

당연히 감사하겠지...매상이 엄청날텐데..  

PX는 121명의 우리 이등병들에 의해 금방 거덜 나 버렸다.

시간은 참으로 야속한 것이다. 얼차려 받을땐 길어도 휴식시간은 이렇게 짧으니..


                          ====  시간이란  ====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너무 느리고,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비탄에 빠진자 에게는 너무 길고,

                      기뻐하는 자에게는 너무 짧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에게,

                           시간은 영원하니라.


정말 맞는 말이다.  PX이용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모두들 내무반장 인솔하에 다시

중대로 돌아와서 막사앞에 줄을 섰다.

하지만...군대에서 닥칠 앞날은 노스트라다무스도 모른는 것.!

한 녀석 호주머니에서 자유시간이 '툭' 하고 떨어져 버리는게 아닌가....!

내무반장이 그걸 놓칠 리가 없다.

" 엉?  얌마........너 그거 뭐야? "

" 예...이병 정선기....자유시간입니다."

" 이 개쌔이가..누가 몰라서 물어?  취식물을 왜 가지고 왔어? "

" .....PX에서 다 못 먹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   " 뭐? 엇쭈....이놈 봐라..."

원래 규정상 취식물(取食物)은 절대 중대 내로 반입해서 들어올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워야 하는데 그 녀석은 짱박아 뒀다가 들킨 것이다.

군에서 한 개인의 잘못은 당연히 전체에게 불똥을 튀긴다.  그것도 엄청나게.....

" 이녀석들....혹시 다른 녀석들도 짱박아 온거 아냐?  

짱박은거 있으면 좋은말할 때 솔직히 다 자기앞에 내놔봐..."    

' 씨잉...안 짱박은 사람이 어디있다고...자긴 이등병 생활 안 해봤나...'

모두 닭발, 만두, 고기순대, 영양갱, 초코파이, 붕어싸만코.......등등을 앞에

내놓았다.  마치 음식 진열대 같다.

" 지금부터 이것들을 모두 먹어치운다 ...실시 "  

애들은 꾸역꾸역 입에 음식들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PX에서 실컷 먹고 와서 또 인스턴트 식품들을 억지로 먹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 꾸역꾸역.....으....유진아...영양갱만 3개를 사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골고루 사올걸... 정말 구역질 난다........흑흑.."  

내가 유진에게 신세 한탄을 하자....유진이는 뻘개진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 아효....꾸역꾸역....성찬아....그럼 나하고 바꿔서 먹을래?  흑흑.."

유진이는 밥에 비벼 먹는 쇠고기 고추장을 사왔던거다.

" 헉......이..이런...-_-; "

유진이는 고추장을 억지로 짜서 입에 넣기도 하고 몰래 땅에 짤아서 발로 비벼

버리기도 했다.         " 으헉........정말 그것도 다 먹을참이야? "

모든 음식물들이 다 처리가 되자 내무반장은 또다시 외쳤다.

" 저기 우측끝 나무를 돌아 저기 좌측 끝 나무를 돌아서 이 단상까지 선착순 1명.

실시 "  

" 꾸우우우웩....."

우측나무와 좌측나무를 돌아올려면 연병장 2개를 한꺼번에 돌아야 한다.

121명은 일제히 후다다닥 뛰기 시작했다.   제길.....가뜩이나 싫어하는 선착순을

그것도 한명이라니......전우들은 순식간에 모두 경쟁자가 되어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 서로를 제낄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는 지리적 조건상 중간을 했다.

2등부터 다시 돌았다.  먹은 것이 뱃속에서 춤을 추고 위장이 어디까지 내려왔는지

배가 아파 죽을지경이다.   배를 움켜 잡고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돌고 돌고 또

돌았다.  근데 이놈의 내무반장이 한 4, 5바퀴정도 돌면 끝낼줄 알았는데 8바퀴를

돌 때 까지 소리만 계속 지르는게 아닌가?   " 요령피우지?  더 빨리 안뛰어? "

나는 이젠 빨리 뛰어봤자 앞에 수십명을 제낄려면 수십바퀴를 더 돌아야 된다는 걸

인식하고 속도를 좀 늦추었다.   그리고 단상위에 선 내무반장 앞으로 뛰어갈때는

최대한 비참한 인상을 지으며 빨리 뛰는척 했다.  그렇게 동정심을 유발하면 이젠

그만하겠지 하는 생각에서.... 근데 그 지독한 내무반장......!  

내 바로 앞에 가는 녀석을 군화발로 차버리는게 아닌가?

" 이자식이 ......요령을 피워? 빨리 안뛰어? "

퍽!     " 으윽..."  

완전히 간발의 차이.....나는 허겁지겁 다시 죽을힘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지쳐 이젠 군번줄 딸랑거리는 소리와 헉헉 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바로 그때 내무반장이 뭔가가 생각이 난 듯 외쳤다.

" 앗차.......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모두 집합.......집합..."

' 아........끝났다. '

우린 후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다시 모였다.     내무반장이 말했다.

" 저녁 예배드릴 시간인걸 깜빡 잊었다. 교회 갈사람 모두 챙겨서 종교행사

집합해라 "       선착순은 12바퀴 정도를 돌고 끝이났고 그로인해

기독교인들은 인식이 나빠져 버렸다.

" 제길.......예수쟁이들..........헉헉....사랑의 실천이 이건가? "

" 헉헉...하나님이 저런쉐이에게.....헉헉.......벼락하나 안내려 주나? "

내무반은 다 죽어가는 애들이 개거품을 물고 예수와 교회를 욕한다고 정신없었다.

평소 매주 교회가던 나까지도 맞장구를 칠정도로 내무반장이 미웠다.  군화발에

채인 녀석은 목을 맞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올랐고, 결국은 보기에도

흉할정도로 부어서 나중엔 의무실까지 갔다.  역시 여기는 군대였다...제길.





<122> 식욕, 성욕, 수면욕, 그리고 목욕.

  오늘은 목욕을 하는 날이다.   모두 비누와 타월을 들고 모였다.

우리 육군들의 타월색깔은 갈색이었고, 해군은 파란색, 해병은 빨간색이다.

모두 가지각색의 타월들을 들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은 PX 바로 맞은편에

있었는데 한번에 40명씩 들어가서 목욕을 한다.  동네 조그만 목욕탕크기보다

약간 더 작은 목욕탕이다.  먼저 1번부터 40번까지 들어가서 재빨리 옷을 벗어

던지고 욕탕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간에 있는 탕속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그저 바가지로 물만 퍼 올려야 할뿐....단체생활이기 때문에 위생상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 몸을 푹.....담그고픈 욕망에 한 녀석이 또 잔꾀를 쓴다.

자신의 바가지를 욕탕 중간에 던져버리고는 바가지 주우러 가는척 들어가는거다.

' 첨벙...첨벙..'

그리곤 발에 뭔가가 걸린 듯 물속으로 첨퍼덩 하고 쓰러졌다.

" 앗.......저...저놈 좀 봐라... "

한국인은 모범적 행동은 따라하지 않아도 이런 것은 죽어라고 잘 따라한다. --;

그래서 교통질서 위반하는 사람을 경찰이 적발하면 열에 아홉은 이런말을 한다고

한다.

" 우..씨......저기 저 사람은 왜 안 잡아요?  나만 어겼나요? "    쩝..

" 에라 모르겠다....."  한 녀석이 그러자 우린 모두 욕탕에 다 뛰어 들어 버렸다.

뭐든지 처음이 힘든거지....뭐.

모두 좁은공간에서 서서 샤워도 하고 때밀이가 있는 녀석은 때도 밀었다.

' 아......때를 밀어본지도 정말 오래되었구나. 정말 사제목욕탕한번 가고 싶어

미치겠네....'          때밀이는 필요도 없었다.

뜨거운 물로 몸을 조금만 축이고 나면 손으로 밀어도 시커먼 때가 한 바가지씩

나온다.   밀고 밀고 또 밀어도 이놈의 때가 멈출생각을 안한다.  정말 우스개말로

지우개가 된듯한 기분이다.

밖에서 내무반장이 " 그만......" 하고 외칠때까지 최선을 다해 밀고나서

비눗칠하고 나왔다.  

정말 개운한 이 기분.........휴가가면 꼭 목욕부터 해야겠다..............!




<125> 성질급한 한국인.

  저녁에 건빵이 나왔다.  

흐흐........우리의 hope 건빵...........!! 너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음료수 캔도 나왔다.  음료수 캔은 '맛스타'라고 하는 생판 첨 들어보는

복숭아나 사과음료였는데 한 개를 가지고 6명정도가 갈라서 먹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을려고 난리치는 그 모습.......

" 야~~임마  ......왜 이리 오래마셔? "  

" 우...씨....아직 마시지도 않았다 뭐...."

" 거짓말 하고 있네 자슥이........목이 울렁거리는게 보였는데.."

아마 사제인들이 이 장면을 보면 얼마나 우스울까?   초등학생이 따로 없다.

애인이 보면 더더욱 실망하겠지.    아닌가?  동정심을 유발할려나?

건빵을 모두 아껴서 먹느라고 한 개씩 입에 집어넣어 사탕 빨듯이 녹여서 먹고

있다.  성질급한 우리나라 사람이 과자를 녹여서 먹는 곳은 군대뿐일꺼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성질이 급하냐면 사탕을 이빨로 깨뜨려서 먹는 몇 안되는

민족이라고 한다.   그리고 계단을 2칸씩, 심지어 3칸씩 내려가고 올라가는 특이한

민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국식당에선 예약이 되어 있는 자리라고 해도 우리

나라 사람이 오면 흔쾌히 자리를 내어 준다나?  빨리먹고 나가버리니 말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사람을 가만 살펴보면...앉은지 30초도 안돼서 소리를 지른다.

" 어이...여기 주문 안받아요? "          메뉴를 들고오면...

" 아니..........왜 물도 안 갖다 주는겨? "

종업원이 물을 갖다주고 주문을 받아 가면 또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 여기......음식 안나옵니까?  만들고 있는거에요? "  

그리고 나서 음식이 나오면 암만 양이 많고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하여도

10분을 넘기지 않고 먹고 나가버린다.  그래서, 평소엔 그렇게 시끄럽더라도

음식 먹을때만큼은 조용한 우리 한국인... 우리 한국인의 성질 급함을 가장

잘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커피 자판기란다.  돈을 넣고나서 버튼을 누른 뒤 몇초

되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고 커피가 흘러 내리는걸 보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문을 열고 종이컵을 손으로 잡고 기다린다고 하니 뭐....

좀더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할거같다.




<123> 면회.

  오늘은 8주간 훈련중에서 4주째 되는 중간면회가 있는 날이다.

모두들 면회장으로 줄맞추어 갔다.  논산에서 면회를 한지 한달이 조금 넘었지만

기대되고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드디어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마구 들어왔다.

입대후 두 번째 면회라 그런지 부모님보단 친척, 친구, 애인들이 많이 왔다.

애인과 얼싸안고 기뻐하더니 으슥한 숲속으로 사라지는 녀석들....어머님앞에서

좋아하는 녀석들...모두 시끌벅적하다.

  근데 면회 오기로 한 어머님과 친척들이 올 생각을 안하는거다.  

' 에고.......지각대장....우리 어머님이 어련하시겠어...쩝 '

비참한 생각에 그냥 식탁에 앉아 있으니 또 한녀석이 홀로 앉아 있었다.

" 야 너도 면회 안왔냐? "             " 응......안 올모양인가봐.. "

면회시간은 3시간뿐인데 2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안오자 나는 포기를 하고 그

녀석과 돈을 보태서 초코파이 한상자와 음료수를 샀다.  

그리고 아귀처럼 마구 먹어대고 있을  때...................  

누군가가 "  찬아.........찬아......." 하고 부른다.

드디어 어머님께서 뒤늦게 도착한것이었다.

막내동생과 이모, 이모부, 사촌동생도 같이 왔다.  

" 윽.....왜 이리 늦으셨어요? "          

" 아이고..차가 막혀서..."  맨날 막히지 뭐.....새삼스럽지도 않다... 쩝.

이로 인해 그 녀석만 121명중에 홀로 면회를 못하게 되어버렸다.  웬지 측은해서

자리를 잡고 나서 김밥을 하나들고 그녀석에게 갖다 주었다.  3시간도 짧은데

1시간은 그야말로 후딱 지나가 버렸다.  헤어질때 내가 오징어를 집어들었다.

" 먹는거 들고 들어갈수있니? "        어머님께서 의아해하신다.

" 아뇨....숨겨 가야죠 뭐..."           " 어디에? "

" 군화발속에다가요....."               " 들어가서 먹을거 아니니? -_- ; "

" 당연히 먹어야죠.."

어머님이 주신 오징어를  군화발 밑에 숨기고 모두와 작별한뒤 숲속에 집합했다.  

사제인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데  어머니께서 계속 안가고 서 있으니 선임하사가

야단을 친다.  

" 저기 뭐야? 누구 어머님이야? 빨리 가시라고 해..."  

" 예..... "

나는 어머님께 마구 손짓을 하며 빨리 가시라고 했다.    어머님께서 계속 쳐다

보시다가 못내 아쉬운 듯 사라지시자 모두 다시 중대로 돌아왔다.

' 어머님...조심해서 내려가세요..'

내무반에서 저마다 짱 박아온 음식들을 꺼내서 펼쳐놓자 또 먹기 시작한다.

난 군화속에서 오징어를 꺼내었고, 속옷에 숨겨온 음식을 꺼내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모두 하하..웃기만 했지, 더럽다고 하는 녀석은 한명도 없이 다 잘 먹는다.

역시 군인은 사람이 아닌가벼.. 면회란게 할 때는 좋아도  뒤에 휴우증이 심해서

이쁜 여자 나오는 텔레비젼을 봐도 눈에 안 들어온다.

' 그래......첫 휴가를 위해서 조금만 참자.조금만....'

아직도 깜깜하게 먼 첫 휴가를 생각하며 스스로 다짐하듯 되뇌어본다.

                                                          - 내일 계속 -




< 내일 예고편 >

에고..글을 하루 한편씩 올리다보니 천랸 작가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네요.

오늘은 웬지 안암님틱(?)한 글을 쓴거 같습니다.  -_-;

내일은 초소에 나타나는 여자귀신 이야기,

      후임들을 만나는 이야기,

      자대발표와 퇴소까지 올리겠습니다.

8주동안의 후반기 교육 이야기가 너무 일찍 끝나나요?

대신 자대이야기는 하나도 안빠뜨리고 다 쓰겠습니다.  

                                  계속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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