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36] 잊을 수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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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36] 잊을 수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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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일기-36] 잊을 수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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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
<116> 빽

   역시 나는 1소대, 수열이는 2소대가 되었다.   1소대는 주로 내곽, 2소대는

외곽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담너머 저 아래를 쳐다보니 미군들이 왔다갔다 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인지 몰라도 웬지 그들은 아주 평화롭고 자유스러워 보였다.

한국에 태어난걸 원망해야하나?   제기랄.....양키 고홈이다..../

  드디어 대장 신고시간이 되었다.   키가 작았던 이 중대장은 계급이 소령인데

별명이 솼방각하였다.   옆에 서있는 인사계는 푸둥푸둥 살이 찌고 군생활을 이미

도통한 듯한 노련미가 보이는 분이었다.   신고가 끝난뒤 우린 본부소대로 가서

더플백을 챙겨 다시 제각기 자신의 소대로 향했다.  

1소대에는 고참 몇 명이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자 녹색견장을

어깨에 찬 한 고참이 소리를 지른다.

고참 : 어쭈...어거 뭐야? ./  차렷....열중쉬엇... 차렷........경롓!

리앨 : 추웅....서엉...

고참 : 목소리 봐라...뒤로 취침.....기상......앞으로 취침.......기상...

리앨 : 헥헥헥....

더플백을 맨 채로 나는 바닥에서 허둥대었다.  

이 고참은 1소대 내무반장이었다.  그래서 견장을 차고 있겠지...

나중에 안건데 이 내무반장이 엄청나게 악명높은 악질 고참이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졸병들이 벌벌 떤다나?   하지만 그땐 내무반장이 말년이었고 나는

완전 신병이라 날 터치하진 않았기에 그걸 몸으로 체험할수는 없었다.   불행중

다행이겠지.  다른 고참이 내 더플백을 풀어서 한 캐비닛에 관물시켜주며 물어본다.

고참 : 야........너 '빽'있어?

리앨 : 없습니다.

고참 : 이 자식봐라...빽이 없는데 어떻게 국방부에 와?  우린 전부 다 빽이 있어서

      왔는데....정말 없어?

리앨 : 예...없습니다.

고참 : 이 자식.......뒤져서 나오기만 해봐라........

그러더니 그 고참은 내 더플백에서 세면백을 꺼낸다.  

고참 : 얌먀..........여기 더플빽하고 세면빽 니것 아냐?

리앨 : -_-;; ...............

고참이 말장난을 하고 있단걸 그제서야 깨달은 나........

리앨 : 제..제것입니다      

고참 : 근데 빽이 없어?    

리앨 : 시정 하겠습니다.

고참들은 서로 새로온 신병을 구경하느라고 난리였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117> 개념없는 신병.

   오전엔 근무없는 비번들이 모두들 농구를 하러 갔다.   박성준 상병이 신병

들어왔단 소릴 듣고 내게로 와서는 내 손을 잡고 연병장 농구장에 데리고 간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잡고 걸어 가듯이........다 큰 남자가 손을 잡고 아기처럼

따라가는 그 장면도 군대 아니면 볼수 없는 명(?)장면이다.  

자신의 입대한 애인들이 이러는 장면...한번 상상해보길..  비참하다..

  오후에 해병 선임하사와 작업을 했다.   측방에 화단가에 철사로 조그만

경계선을 만드는것이었는데 선임하사가 나보고 소대에 가서 뺀찌를 가져 오라고

해서 즉시 소대에 뛰어가서 찾았지만 없었다.   할수없이 2소대에서 빌리려고 옆

내무반으로 갔다.    입구에서 있는 힘을 다해 " 충성..." 하고 외치고 해병병장

하나와 육군일병 하나가 있었다.       해병 병장이 내게 물었다.  

병장 : 무슨 일이야?

리앨 : 예... 선임하사님이 뺀찌를 가져 오라고 해서 말입니다.

      뺀찌 있으면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그러면서 병장에게 다가가니 병장이 갑자기 나를 보고 놀라며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리앨 : ' 어? 갑자기 왜 그러지?  뺀지가 뭔지 모르나?'

나도 의아해 하는데 옆에 일병을 보니 그도 놀랐다는 듯이 어이가 없어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터지는 병장의 목소리........

병장 : 야이.....신병놈의 새끼가....니가 감히...감히....나에게 뺀찌를 달라고

      한단 말이야?...내 참 기가차서......./

병장은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다.

내가 한 실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실은 엄청난 실수였다.  신병은커녕

일병도 병장에게 함부로 말을 건네지 못한다.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상병을

통해서 해야 한다.  즉, 내 실수는 신입사원이 회사에 출근했는데 선배가 가위 좀

찾아오라고 시키자, 회장실에 가서는 회장님에게 가위 좀 빌려 달라고 한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러니 회장으로써는 기가 찰 노릇일 수밖에....

내가 저지른 일로 인해 중대는 발칵 뒤집어졌고 해병병장이 우리소대 고참들을

모조리 집합시켜서 얼차려를 준 것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소대 고참들은

나를 야단치지 않았다.   아직 아기이기 때문에 몰라서 그런거라 때릴 가치도

없다는거다.   갓난아기에게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으니... 그래서 더 불안했다.

일병들만 몇 명와서는 다시 소대생활 교육을 시켜주곤 했지만 어떠한  얼차려나

구타도 없었다.   훈련소에선 자랑스럽게 활개치는 작대기 하나가 여기서는 사람

취급도 못받다니..........  

' 이제 내가 조금만 짬밥을 먹으면 때리기도 할텐데.....-_-; '

일병달기가 점점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118> 강도 고참.

  내무반에 와서 관물을 마저 하고 있는데 2소대에서 곧 제대할 키작은 고참이

오더니 전투복 A급을 내놓으라고 한다 .

" 임마. 여기선 전투복이 필요없어. 기껏해야 야간 근무나갈 때 뿐이야..그땐 B급

입으면 돼.."   하면서 전투복 두벌 중 하나를 가져가 버렸다.

내 B급 전투화도 누군가가 가져가 버려서 찾을길이 없다.   물론 하소연할길은

더더욱 없다.  헌병학교에서 사온 헌병뺏지를 고참들이 뺏어간다는 말을 많이해서

장갑속에 몰래 감추긴 했지만, 설마 전투복과 군화같은것들까지 뺏어갈줄이야..

주황색 체육복도 필요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까만색 새로운 헌병 체육복을

주길래 입었다.  결국 그 말년 고참은 내 전투복을 이리 고치고 저리 고쳐서

다리미로 잘 다려 제대할 때 입고 나가버렸다.

' 우씨...............어디두고보자 '

빈곤만 악순환되는줄 알았더니 강도짓도 악순환되는가보다.

이러한 군대의 썩은 부조리때문에 열 받은 나는 화장실에서 두주먹 불끈쥐며

단호한 결심을 하였다.

' 제대할 때 나도 신병것을 뺏어가야지..-_-; '



<119> 소대신고.

이윽고 저녁이 되자 목소리가 아주 우렁찼던 석일병이 와서는 나보고 측방의

쓰레기 하치장에 가 있으라고 했다.   나는 즉시 하치장으로 가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데 말이 부동(不動)자세지 너무 추워서 차렷자세로 전기 감전된 사람처럼

덜덜덜 떨고 있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발도 금방 얼어붙으려고 한다.  

' 으........으.....으....--;'

청소가 끝이 날때까지 서있자 일병중에 최고 선임이었던 석 일병이 내게로 왔다.

훈련소에선 하늘같이 보이던 일병..그것도 곧 상병이 될사람이 빗자루들고 청소

하는걸 보니 참 신기했다.  일병이 그러는걸 보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나는 사람

같지도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일병의 최고 선임을 일병감이라고 부른다.

이 일병감은 내게 오늘저녁 있을 소대신고에 대해서 교육을 시켰다.

소대신고는 소대 고참들에게 신고하는것이다.

석일병 : 무조건 목소리 크게 하고......신병이라는 말만 나오면 크게 관등성명

        대면서 슬리퍼도 신지말고 앞으로 튀어나가는거야 알겠지?  

리앨 : 예..알겠습니다

석일병 : 그리고 자기소개할땐 무조건 고참을 웃기란 말야....너 잘하는거 뭐 있어?

리앨 : 어...없습니다.

석일병 : 음....그럼 뭐할꺼야?

리앨 : 노....노래를 하겠습니다.

석일병 : 뭐 부를건대? 지금 한 번 불러봐

신병이 소대신고를 잘 못하면 일병감이 터지기 때문에 석 일병은 나를 철저히

교육을 시켰다.

리앨 : 질투를 부르겠습니다.

나는 입대전에 마지막회까지 재밌게 보고왔었던 질투를 부르겠다고 했다.  

석일병 : 그래...어디 해봐.

리앨 :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  지금 내가 여기 눈앞에 서있는데....

석일병 : 찌랄하고 있네....'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 잖어.. 임마.....

리앨 : -_-;;;

석일병 : 암튼 ...그건 됐구....미리 자기소개와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잘 생각해

        뒀다가 발표해..

그리곤 석 일병은 갔다.  

' 살아온 애기라?  내가 몇년이나 살았다고...쩝.  말할게 있어야지....'

저녁점호시간이 끝이나자 소대끼리 내무반에서 모여 내무반장이 전달사항을 전달

하고 있었다.   내부반장은 오늘부터 다른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악명높았던

강명춘 병장은 곧 제대 하기에 자리를 물려준 것이다.  새로운 내무반장은 나이보다

겉모습이 좀 늙어보이는 고참이었는데 내게 잘 대해 주었다.  

점호가 끝이 나고.....드디어.............소대 신고할 시간이 돌아왔다.

내무반장 : 자......오늘 우리소대에도 신병이 하나 들어왔다.

   리앨 : ...............

갑자기 고참들이...........특히 석 일병이 나를 무섭게 째려봤다.

'신병'이란 단어가 나왔는데두 내가 관등성명을 안 댔기 때문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내무반장 :( 씨익..웃으며..) 신병 신고해봐...........

   리앨 : 이병 이 성 찬

나는 배운대로 슬리퍼도 안 신고 곧장 앞으로 튀어나가니 고참들이 웃는다.

" 짜식.........군기든척 하네....슬리퍼 신고해 임마......."

그제서야 슬리퍼를 신고 다시 섰다.   그리고는 악을 썼다.

리앨 : 신고합니다. 이병 이성찬은 1992년 12월 10일부로 국방부 제 50 헌병대

      1소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 성!

고참 : 어쭈? 경례 자세 나오는데?  그건 됐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봐

리앨 : 예...제 고향은 서울 안암동입니다. 고려대 근처에서 살면서 어릴 때....

      주절주절 주저리....입니다.  초등학교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파트

      2층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쳤던 일입니다.  그리고 주저리 주러리

      해서 학교는 휴학하고 군입대를 하였습니다.

      저는 휼륭하신 고참들을 모시고 1소대에서 생활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여기는 바입니다      열심히  생활 하겠습니다. 충성..

고참 : 오.......그래...그래..

그때 김정일 병장이 물었다.

김병장 : 야.....신병... 너  2층에서 떨어지고나서 무슨 변화는 없었냐?  

        기억상실이라든가..........

리앨 : 있었습니다. 떨어지기 전에는 공부 안해도 항상 100점을 맞았는데

        떨어지고 나서는 공부를 해도 40점을 맞았습니다

고참들 : 으갸갸갸갸...파하하....^o^

단순한 고참들이 이 말에 많이 웃었다.

슬쩍 곁눈으로 보니 그제서야 석일병이 안심하는 눈치다.

내무반장 : 그래......됐어.......노래하나 부르고 들어와........

   리앨 : 예...알겠습니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 지금 내가 여기 눈앞에 서있는데.....헉

노래를 계속 부르며 곁눈질로 보니 또 다시 일그러지는 일병감의 얼굴......!

' 쩝.....사제에서 계속 그렇게 불러서 버릇이 된걸 어떡혀......-_-; '



<120> 잊을 수 없는 말.

" 그럼 모두 취침...."  

내무반장의 그 소리와 함께 모두 모포를 깔고 덮고 잔다.  불이 꺼지고 나도 모포를

얼굴까지 덮고 잠을 청하는데 사람들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내무반이

조용.......하다.  뭔가 이상해서 살짝 모포를 젖혀봤는데 내무반에 나혼자 자고

있는것이 아닌가?

' 오잉? 신병 놀릴려고 깜짝쇼를 준비했나?  죄다 근무나갔을리도 없고..'

반대편 내무반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거 같았다.    그때 갑자기 복도에서

" 퍽....퍽..." 하고 규칙적인 소리가 들렸다.   한 병장이 상병밑으로 모두 집합

시킨것이었다.  무엇을 가지고 어디를 패는지는 몰라도...맞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역시 나는 아직은 너무 어린 신병이라서 집합을 안 시킨것이었다.

맞는 소리가 으시시해서... 모포를 다시 머리까지 둘러썼지만 잠이 안온다.

' 으.....으.....이건 정말 현실이 아닐꺼야......아냐....  -_-;; '

그러면서 막 잠이 들려는데 한 고참이 나를 깨운다.

고참 : 야....일어나.........날 따라와..

그 고참은 공군인 고일병이었는데 일병감 바로 밑기수인 일병차감이었다.

고일병은 나를 중대 옆 군무원 사무실 건물로 데리고 가더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심장이 두근......두근..... 드디어 날 팰려고 그러나?

고일병은 화장실 문을 닫고 줄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뻑......뻑....'

고일병은 약 한시간동안 나를 교육시켰다.  소대생활하는 요령, 신병으로서 지켜야

할 사항, 여러 가지 사항들을 얘기하는데 좁은 공간에서 얼마나 줄담배를 피워

대든지 독해서 죽는줄만 알았다.  고일병은 1시간동안 교육을 시킨 뒤 나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담에 우리가 왕고참이 될 때까지 오늘의 악수를 잊지 말자고

하면서 앞으로 나를 지켜보겠다고 한다.  정말 잊을수 없는 악수였다.

왜냐하면 고일병의 손이 담배에 찌들어서 심한 악취가 났기 때문이다.

이때 고일병이 명언 비스무리한 말을 내게 해줬는데 나는 아직도 이 말을

잊을수가 없다.   그 당시 내가 처한 상황에 너무 적절한 말이어서 그랬나 보다.

" 피...할...수...없...으...면...즐...겨...라 "

고일병은 내게 명령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절대 피할수 없거든, 애써 몸부림치며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 마라.... 더 힘들어 질뿐이다.... 차라리 그걸 즐겨라...

고통을 즐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고통을 피할려고 안간힘쓰는거보다 더

낫다.   초인(超人)이 되라..  내게는 정말 멋진말이었던 것 같다.

이 말은 그후로도 군 생활중에 힘들고 어려울때마다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입대하는 남자들은 꼭 이말을 외워서 가길 바란다.

" 피...할...수...없...으...면...즐...겨...라 "
                                                                - 계속 -


< 내일 예고편 >

내일은 리앨이 여러가지 암기사항들을  공부하는 이야기,

      사흘밤낮뒤에 고참들에게 암기사항테스트받는 이야기,

      그리고 리앨의 첫 야간근무이야기를 올립니다.

      신병은 어느 자대를 가도 생활이 비슷비슷하니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안 읽어주시면 알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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