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46] 군대 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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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46] 군대 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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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46] 군대 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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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
<200> 장관실 귀신.

후아... 무더운 여름!   너무 덥다. 덥다. 덥다.  하지만 끔찍한 소식들이

무더운 여름을 서늘하게 만들어준다.  뉴스에서 전남 목포에서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추락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끔찍한 소식을 전한다.

고 하사가 내무반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한소리 했다.

" 거참....올해는 군대보다 사제가 더 위험하구먼.. 대형사고가 왜이리도 많이

터지는거야?  사망자 명단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겁나네.."

정말 대형사고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유가족의 가슴에 멍울진 상처가 채 아물

기도 전에 그해 10월 서해에서 훼리호가 침몰하여 또 한 번의 대형사고를 터뜨린다

신문지상에는 대형사고에 대한 기사만이 들끓고 겨우(?) 강간, 살인기사들은

대형사고 기사 때문에 신문 한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만 했다.  무서운 세상이다.

이번에 죽은 원귀들도 구천을 떠돌아 다니게 될까?

귀신 얘기가 나왔으니 국방부 귀신 얘기를 좀 하자. 국방부 귀신중에서는

국방장관실 달걀귀신과 B2벙커 아기귀신이 유명하다.

장관실귀신을 왜 달걀귀신이라고 부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혹자는 귀신이란 전방의 컴컴한 숲에서 또는 바닷가의 음침한 초소에서만

나와야 무섭지, 초 현대식 건물인 국방부 안에서 뭐가 무섭냐고 그러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텅텅 비어있는 커다란 건물에서 야간근무 선다는게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안 서본 사람은 모른다.  흔히 듣는 무서운 이야기에 방과후의 학교건물이 매번

등장하는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컴컴해서 끝이 안 보이는 길고 긴 복도의 중간

지점에서 자기만을 비추는 불빛 아래에서 서는 장관실 야간근무......

이쯤되면 군인이라고 해도 안 무서울 리가 없지 않을까?  


각설하고 장관실 귀신에는 우선 분신(分身)귀신이란게 있다.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실제로 당하면 기절초풍을 한다. 나도 일병때 이걸 당했었다.

내가 장관실 앞에서 혼자 야간 근무를 서고 있을때였다. 조용하고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면 당연히 졸기 시작한다. 가만히 서서 꾸벅 꾸벅 졸기도 하지만 걸어다니며

졸기도 한다. 난 걷다가 어느 지저에 서서 꾸벅 꾸벅 졸았다.  졸면서도 M16소총을

들고있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러다가 뭔가에 흠칫 놀라서 눈을 뜨게 되었다.

졸린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려보니 서서히 시야가 밝아오면서 앞에 누군가가 서서

나를 쳐다 보고 있는게 아닌가?  

" 으악......"

화들짝 놀라면서 자세히 보니 그 누군가는..........나였다. -_-;

장관실앞 복도에는 아주 큰 대형전신거울이 하나 있는데 희안하게도 조는 사병들은

꼭 걸어가다가 거울 바로 앞에서 멈춰 계속 자기에 자기모습을 보고 놀라는

사병들이 많았다.

' 아이고 놀랬네.. 어쩐지 잘생겼더라. -_-; '


두 번째 귀신은 더더욱 섬영하다.

역시 마찬가지로 장관실에서 밤에 열심히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억지로 개기고

개겨서 2시간이 지나고 다음 근무 교대자가 올라왔다.

고참 : 야.......교대시간이야....수고했다

나 : 예..수고하십시오

그리고 1층 A 현관으로 뚜벅뚜벅 내려 가는데 밑에 있던 고참이 깜짝 놀란다.

고참 : 이잉?  뭐야?  너 왜 내려와?

나 : 교..교대자가 올라와서 교대했습니다.

고참 : 이 자식이 뽕을 맞았나?  두들겨 맞기전에 다시 튀어 올라가!

나 :후다다닥..!  

그리고 다시 올라 가보면 장관실 복도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 하기만 하다.

웬지 섬영해서 그 뒤론 졸지도 않고 꼬박 근무를 설수가 있게 된다.

나만이 아닌 여러사람들이 겪은 일이라서 이 장관실 귀신은 꽤 유명했다.

혹시 아직도 그자리에서 후배들을 놀래키고 있는건 아닐까?  으흐흐흐..



<202> 지옥의 초병.

헌병은 행사가 있을때마다 초병을 선다.  만약 그 행사가 야외 행사라면 그다지

고생하지는 않는다.   야외 행사는 1시간을 넘는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두명이 로버트처럼 걸어가서는 VIP 양쪽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여러 VIP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좀 쓰이긴 하지만 1시간이내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야외행사가 아니다.

제일 고생하는게 바로 국방부  청사 안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같은 곳에서

초병을 서는 것이다.  군대 안 가본 사람은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건데 뭐가

힘이 드냐고 엄살 피우지 말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떽!

그 고통이 말로 이루 형언할수 없을정도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섰던 초병을

예로 들어 보자.    먼저 당직대에 연락이 온다.

┌────────────┐
│ - 행사 지원 안내 -     │
│날짜 : 1993년 8월 10일  │
│시간 : 13시.            │
│장소 : 접견실.          │
│제목 : **** 회의.       │
│(차관님이 참석예정임)   │
└────────────┘

그럼 나는 재빨리 점심을 먹고 와서 행사복을 입고 30 분전에는 그 회의장에

도착을 해야한다.  그리고 회의장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 입구에서

맞은편 벽을 보고 서 있어야 한다. 들어오는 사람들 표찰도 검사하고(청사 안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가슴에 표찰을 달아야함)  안내도 하면서 근무를 선다.

마침내 1시가 좀 넘어서면 마지막으로 국방부 차관이 저쪽 복도끝에서 걸어온다.

경례를 절도있게 하고 나서 문을 닫으면 곧 이어 회의가 시작된다.  하지만 얼마나

방음이 잘 되어있는지 바로 문밖에 있는 나도 아무 소리도 들을수가 없다.

들리는 소리라곤 간간이 들리는 망치소리다.      웬 망치소리?

하나의 안건이 해결이 되거나 결정이 되면 국방부 차관이 법정에서 판사가 하듯

망치로 3번 땅땅땅 하고 두들기는 소리다.  하지만 오늘의 안건이 모두 몇 개인지를

모르는 헌병은 희의가 언제 끝날지를 도무지 알수가 없다.  12시 30분부터 섰는데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  시내 유명서점에서 잼있는 책을 보면서 친구를

기다려도 1시간정도면 지겨워서 짜증이 날시간인데 무거운 헌병복장을 하고 바로

앞에 벽만 쳐다보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자니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턱끈을 너무 쬐었는지 귀가 아파오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졸음도 오고, 허리도

아프고, 두통도 심해진다.      

또 한시간이 지났다.  정신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입술이 말라와도 혀로

입술을 훔칠수도 없고,  사타구니가 가려워도 긁을수는 더더욱 없다.  근무 서다

졸면 철수하고 난 뒤 고참에게 죽도록 맞는다.  복도 왼쪽의 장관실 근무자인

고참이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옥같은 한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되었다.  이젠 두통이 넘 심해져서

착란 현상까지 오기 시작한다.  앞에 벽에 무늬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묘하게 생긴 복도 벽의 무늬들이 어떤 것은 몽둥이를 든 배뿔뚝이 중국사람이

되어서 뛰어다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용이 되어 날라가기도 하고....또 어떤 것은

나를 째려보고 있는 외눈박이 서양 괴물이 되기도 했다.  암만 정신을 차리고

두눈을 부릅뜨고 볼려고 해도 고정관념이란게 무서워서......한번 그렇게 보인

무늬들은 도무지 다른 것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악몽의 한시간이 또 그렇게 지난다.  이제 오후 5시.....!

무릎이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해서 미칠지경...!  안에서는 망치로 '탕탕탕' 하는

소리만 들릴뿐.....소리가 들릴때마다 그게 오늘의 마지막 안건이기를 기도하고

기도해도 회의는 끝날 생각을 안한다.  구역질이 나고 땀이 비오듯 하며 정말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싶을 때쯤........!

오후 5시 40분이 되자 근무교대하러 박일병이 나왔다.

' 아.........이젠 살았구나... /.'

교대를 한뒤 철수 할려고 해도 발바닥이 저려서 걸음을 뗄때마다 나오는 괴성!

" 으흑..으흑....으갸갸갸갸갸..^o^"  

무려 5시간 10분을 뚝섰던 그 긴 회의는 6시 정각에 끝이 나버렸다. 교대자는

20분을 선 것이다.  물론 이것이 기록이긴 했지만 접견실 초병은 대부분 길다.

이러한 초병들을 자주 서다보니 내 무릅은 자연히 맛이 가서 제대후 침을 맞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영하 20~30도의 전방에서 뻬치카를 떼우며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도 고생하지만, 시설좋고 깨끗한 국방부에는 이러한 남모르는 고생들이

무척 많다. 게다가 그게 거의 다 정신적인 고통이라서 더더욱 사람을 미치게 한다.

군인은 암만 편하고 좋은곳에 있어도 똑같이 고생한다는걸 알아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해 볼려고 이리 저리 애쓰는 사람은 절대로 군에서 만족을 할수 없다.

어디를 가든지 자기 혼자 제일 고생 하는 기분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 견디어 내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203> 군대 안전 사고.

나 : 군대에 사고가 얼마나 있을거 같니?

동생 : 글쎄...일년에 한 10번정도?  

나 : 후후후..대충이라도 맞추면 가진돈 너 다줄께...

동생 : 으음......신문에 보니 꽤 빈번한거 같던데....

      일년에 한 30번정도 사고 나지 않나?

나 : 크큭... 천만의 말씀.

동생 : 근데 지금 얼마 가지고 있어?

나 : 240원..

동생 : 그냥 답 말해줘.. -_-;

군대도 하나의 사회이니만큼....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처럼 사건,사고는 하루도

안 빠지고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군대 안전 사고는 내가 입대했었던 지난

92년도에 무려 3,282건이나 있었다.   민간인이 이러한 사고들을 다 알수 없는 것은

군대라는 사회의 폐쇄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괜히 발표했다가---발표해야할 이유도

없겠지만---민간인에게 군대 이미지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93년도에는 군대사고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배로 불어나서 7,328건이나 생겼다.

군대에서 하루에 적어도 22건의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터졌다는 결론이다.  

나 : 그럼 군대에서 죽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꺼 같니?

동생 : 상금이 가진돈 다 주는거라면 그냥 답을 말해줘..-_-;

통계를 내보면 1년에 약 300~400명!  즉,하루에 한명꼴로 죽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남한 군대의 어느 한부대에서 한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언제 자기자신이 그 사건의 주인공이 될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자신이 죽을 확률은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낫긴 하지만..

그래도 이글을 읽고나면 무서울껄....흐흐흐..

그날 그날이 마지막날인것처럼 값지고 후회없이 살도록 하자.



<204> 터미네이터 사건.

내가 93년도의 사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바로 '터미네이터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하도 유명했으니 군인이 아닌 사제인들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무장한 탈영병이 서울 혜화동에서 시민들까지 죽였던 그 대형사건!

내가 그 탈영병을 잡으러 서울시내를 다니면서 검문검색을 했었냐고?  

나는 그때 그냥 국방부 건물 안에서 평소처럼 태평스럽게 근무서고 있었다.

그냥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거지 뭐.......-_-;


터미네이터 사건은 4월달에 있었던일이다.  강원도 철원에 근무하는 임채성

일병이 바로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군기 사고는 전방에 많고, 안전사고는 후방에

많다.  

임일병은 K1소총 하나와 실탄 130발, 그리고 수류탄까지 18개나 들고 탈영을 했다

임일병 : 헉헉....너무 많이 훔쳐왔나?  헉헉..-_-;

임일병은 먼저 민간인 집에 칩입해서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집주인에게

봉고차를 몰게해서 서울로 잠입을 했다.  전방 검문소에 헌병들은 다방 레지들과

잡담이나 하고 있었는지..아무도 임 일병을 본 사람이 없었다.

임 일병의 확실한 탈영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군복무에 염증을 느껴서일거다

흔히들 애인의 변심이 탈영의 원인 1위라고 생각하는데 그와는 달리 통계적으로

볼 때 탈영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군복무에 대한 염증이다.

고참의 갈굼과 구타때문이겠지..  

두 번째가 바로 철썩 같이 믿었던 애인의 변심 때문이다.  오호라...!  병사를

애인으로 둔 우리나라 아가씨들이여...!  애인이 6 주동안 배운 군사훈련을

사제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을 보고 싶으시다면 변심을 한 번 해볼지어다...

뭔가에 돌아버린 인간이 무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될것이니깐..

임 일병은 차를 탈취해서 서울로 잠입하여 이스턴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러나 이때는 탈영한지 시간이 꽤 흘렀기에 수방사 헌병들이 미리 연락을 받고

조사도중 이스턴 호텔에 차를 주차 시키는 임 일병을 발견할수 있었다.

헌병 : '오옷...저놈이다...저놈.. 쏴죽일까 말까? '

헌병은 바로 죽이지를 못하고 그곳을 나와서 상부에 연락을 했다.

헌병 : 여기는 독수리.......여기는 독수리....... 둥지 나와라 ......이상

상부 : 여기는 둥지...여기는 둥지. 보고하라 이상..

헌병 : 임 일병을 이스턴 호텔서 발견.  사살해도 좋겠는가? 이상..

상부 : 음.......유사시에는 사살할것. 이상......

헌병 : 알았다 이상.....


▩ 중간에 맥이 좀 빠지긴 하지만 무전기 교신 방법에 대해 좀 알아보자.

  우리 국방부 헌병들은 워키토키를 '모토롤라'라고 불렀다.

  나는 모토롤라가 상표이름이란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위키토키의 상표가 모토롤라이기에 그게 아예 이름이 된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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