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5] 대기병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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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5] 대기병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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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5] 대기병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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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ga)브(b)리(lee)앨(l) 입니다.


- 아주 잼있게 읽으셨다고 메일주신 sinji님 감사해요.
무교인 군인들도 교회에 많이 간답니다. 오히려 못가서 안달이죠. 후후

- 글을 읽고 너무 군인이 불쌍해서 입대하기가 싫어졌다는 솔방울님..
에고...병영일기가 벌써 부작용을...-_-;;;
지금은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는 헛소문을 한번 믿어보세용....^^;

- 실수로 반대(no)에 클릭을 해버렸다고 사과(?)하신 deareyes님..
햐..너무도 양심적이시군요..--;  괜찮아요. 반대가 의의로 없는데요 뭘

- 자~~오늘은 입소대대에서 대기하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올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면서....이만...                    
                                                               =가브리앨=

<8> 편지 몰래 보내기.  

또 의미없는 며칠이 흘렀다.  원래 내가 사제에서 존경하던 인물은 이순신

이었다.  하지만 입소후 단 3일만에 나의 존경대상자는 군대를 제대한 예비역들로

바뀌었다.   내가 알고 지냈던 형들, 어른들.....모두가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군대라는 곳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냈을까?  정말 존경스럽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편지가 무척 쓰고 싶다.

내가 겪은 새로운 경험들을 외지에 알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은 우표뿐....!   편지지와 봉투, 풀을 어디서 구하며,

구한다고 해도 어떻게 부친단 말인가?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결코 틀린말이 아니었다.  어느날 내무반에 앉아있다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게 되었는데 호기심이 무척 많고 궁금한 것을 유난히도

못참는 성격인 나는 주위를 둘러본 뒤 목숨걸고(그당시는 이런일도 목숨을

걸어야 했음)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2층에도 역시 내무반들이 있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한 번도 안 가본 2층 내무반을 혼자서 구경

할수있었다.  2층 내무반중 맨 끝에 있었던 텅빈 내무반에 들어 가봤더니

군화를 쑤셔넣는 바닥밑 공간에 웬 상자가 보인다.   ' 뭐...가 들어있을까? '

복도를 다시 살펴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상자를 열어보니

기간병들이 받은 편지가 쌓여 있었다.  원래 사제에서 받은 편지는 48시간

이내로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누가 그걸 지키겠는가?

그래서 기간병들이 이렇게 몰래 숨겨뒀으리라.  편지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쓰지않은 봉투와 편지지가 있었다.  재빨리 하나씩을 숨겨가지고 내무반을

나왔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다리가 떨려서 혼이 났다.  그리고는 오후에

화장실에서 편지를 썼다.  급하게 쓴 편지라 뭐라고 썼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저녁 식사를 하러갔을 때 밥풀을 가지고 봉투를 봉했다.  우표까지 붙였으니

이젠 우체통에 넣는 일만 남은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것도 방법이

있었다.  3일단위로 들어오는 새로운 대기병들중에 반드시 몇 명은 신검을

받고나서 집으로 되돌아간다.  바로 그들에게 몰래 부탁을 하면 되는거다.

내딴엔 머리를 쓴다고 생각해낸것이지만 정말 들킨다면 ....????

후후....편지는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정말 군인이 못하는건 이세상에 없나보다.

휴식시간에 가끔 연병장에 모였을 때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장기자랑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당시 유행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3명이

열창하기도 했고, 웃기는 얘기를 해주는 녀석들도 있었다.  대부분이 야한

얘기지만 단순해져 버린 대기병들은 박수를 치면서 재미있어 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였고...   이렇게 자꾸 오래 대기하고 있다보니 우리들은

대기병들중의 소대장이 되어서 나중엔 완장을 차고 새로 들어온 대기병들앞에서

폼을 재기도 했다.  줄도 세우고 식사집합해서 식당까지 데리고 가기도 하고,

배식이나 청소도 우린 열외였다.  하지만 시간이 남으면 남을수록 지루하고

할짓이 없어서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일을 하고 공부를 할수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저녁에 배급나온 건빵을 첨으로 먹어봤다.

사제서도 한 번도 안먹어 봤던 건빵이 이렇게도 맛있을줄이야............

첫휴가때는 건빵을 한자루 사가서 먹어야지......하는 단순한 생각까지

했을정도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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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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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포의 연대깃발            

그동안 보아온 바로는 입소대에서 훈련소로 투입되는 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 흔히 처음에 입소한 논산입소대에서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논산훈련소는 입대한곳과는 좀 떨어진곳에 따로 존해하고 있다.▦

훈련소로 투입되는 절차는 이렇다.

"모두 집합......!" 이라는 명령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물건 (모든 물건이라고

해봐야 세면백뿐이지만) 을 다 챙겨서 연병장 관중석에 모두 집합하여 앉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좀 있으면 어디에선가 하사들이 커다란 깃발을 앞세우고

나타난다.  깃발에는 연대가 적혀있다.  그 다음은 이름이 불리기 시작한다.

" 27연대... 이상록, 이영상, 유재상...............28연대 장희종, 이현진, 조희영.
........."

이름이 호명된 대기병은 즉시 자신의 연대깃발 앞으로 튀어나가야 하고,

어느정도 인원이 모이게 되면 하사는 그들을 데리고 훈련소로 간다.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26연대나 32연대가 가장 빡세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우린 그 깃발만 나타나면 자기이름이 불리울까 모두 가슴졸여 했다.

하지만 우리 헌병 대기병들은 암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절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집합이 있을때마다 세면백을 들고 모였지만 그때마다 매번 다른

이름만 불리우고 우리들은 계속해서 남았다.  헌병이 도대체 어느정도 많이

모여야 훈련소로 가게 되는것일까?  

" 쨔샤....호강에 받힌 소리 하덜마!  여기가 얼마나 천국인지 모르냐?

  훈련소로 가면 그야말로 행복끝 불행시작이야 임마....! "

메기 일병은 우리들보고 훈계했지만 우린 하루하루가 너무 지겨워서 하루바삐

훈련을 받고 싶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간다'는 말은 제대한

예비역들이 지어낸 말이 아닐까?

대기하던 의경들도 드디어 투입했다.

의경은 전경과는 달리 입대해서 차출되는게 아니라 입대전에 미리 지원하는

거다.  그래도 그들역시 여기 입소대에 모여서 훈련소로 가는것이었다.

경찰도 군인훈련을 받는다니깐 안 어울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 아! 의경들도 투입해버리는데 우린 여기서 늙어죽일려는 것일까? "

그저 한숨만 나온다.




<10> 해도해도 끝없는 작업.    

아침에 일어나 구보를 한 뒤 매일 한 개씩 지급되는 우유를 먹었다.

애들이 하나씩 가져가고 나니 우유가 많이 남길래 모두들 달려들어 마셔댔다.

나도 달려들어 4개를 더 마셔서 총 5개를 순식간에 마시게 되었다.

햐......뱃속에 구멍이 뚫린건가?   암만 먹어도 질리지도 않고, 포만감도 없다.

또 잡초뽑기 작업집합을 했다.    

그놈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끝없이 올라 오는데 뭣하러 자꾸 뽑는지

모르겠다.  잡초도 어차피 식물인데 왜 뽑아없애야 할까?  괜히 딴 생각 못하게

일을 자꾸 시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온 아이들은 잡초를

잘도 뽑아댄다.  하지만 난 솔직히 잡초를 구별 하는것조차 어려웠다.

내가보기엔 다 잡초같은데.........쩝.

한 대기병녀석이 " 에허라 디여......" 하고 외치더니 생판 첨 들어본

추수가(?)를 불러댄다.  또 모두 폭소가 터뜨렸다.

연무회관에 청소하러 갔다.

연무회관은 퇴소식때 부모님들과 면회를 하면서 앉아 식사를 할수 있도록

되어있는 곳이다.  청소하러 들어가니 어제 퇴소식의 고기냄새가 아직 남아서

진동을 한다.   모두 조금이라도 더 맡아볼려고 킁킁대고 난리가 났다.

" 킁킁......아~  이게 고기냄새구나........킁킁킁 "  하루종일 연무회관청소를 했
다.

먹는사람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니.......제길.. 구석구석마다 쓰레기가

있고 음식물이 있다.  나참.....한국사람은 올라가기도 힘든 험한 계곡위에도

올라가 자기이름을 새기기로 전세계에서 악명이 높다더니....손도 안닿는 천장에

담배필터가 달려있고, 그저 조그만 틈만 있으면 쓰레기를 쑤셔 넣어놔서 모두

끄집어내고 깨끗히 청소한다고 고역을 치루었다.

모두 청소하고 회관 앞에서 집합하는데 줄서있는 애들이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뭔가 싶어서 그쪽을 쳐다 보니 회관앞에 전화박스가 2대 서있는거다.

캬.......그림의 떡이라더니....정말 속담한번 잘도 지었다...  기간병이 한눈팔 때

뛰어가서 집에 전화 한통때리고 싶었지만 기간병에게 들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같은 대기병들에게 미움을 받을 생각을 하니 선뜻 몸이 안움직여진다.  군대

에서는 개인 때문에 단체가 같이 벌을 받기 때문이다.  전화박스를 응시하면서

어떻게 할까....한참을 계속 갈등을 하고 있다가 문득 가진 동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_-;       ' 나참........어이가 없어서.... '

돌머리에서 이젠 쇠머리로 진화되는 중인가보다.

▩훈련소에서의 동전은 아주 유용하다.( 물론 못쓰는 경우도 있지만..)
일요일같은날은 자판기를 쓰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모두들 1000원짜리
와 잔돈몇개를 바꾸려고 혈안이 되어서 난리였다.
나도 동전있는 녀석에게 온갖 아부를 다 떨어서 겨우 바꾼적이 있었으니.▦

테니스장 청소하러 갈사람 3명을 차출하는데 나도 걸렸다.

계급이 일병인 기간병과 우리대기병 3명은 테니스장에 도착해서 점심이 될 때

까지 쓰레기를 줍고 주위 잡초를 뽑고 대형 로울러로 테니스장 바닥을 밀어서

땅을 평평하게 골랐다.  청소가 다 끝나자 기간병병이 모두 편하게 쉬라고 해서

우리들은 그늘에 누었다.  조금만 짬이 생기면 사제생각이 난다.

그늘에 누워서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있노라니 구름이 어머니 얼굴도

되었다가 아이스크림형태가 되기도 하고.......

한 대기병이 기간병에게 " 근데 갑자기 테니스장 청소는 왜해요?  누가

오나요?" 하고 질문을 한다.  착하게 생긴 그 기간병이 대답을 해주었다.

" 응... 대대장님이 오신대....   테니스 치러..."      " 누구랑 치시는데요? "

" 몰라..니들과 같은 대기병이야..사제서 테니스 선수였다나? "

우왕...........대기병 테니스치게 할려고 오전내내 땀을 흘렸다니.......열받네..

'정말 뭐라도 한가지만 잘하면 다 써먹을때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1> 마침내 탈영을...

우리 입소 4중대의 중대장은 사람이 참 좋아보이는 분이었다.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우리들의 편의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근데 예전에 무슨 사건이 터져서 한 번 물먹은 적이 있었나 보다..  다른건

대충해도 인원점검만큼은 철저히 하고 유난히도 관심을 보이는 거다.   물론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좀 특별할정도로.....

이놈의 인원점검을 얼마나 자주하는지 사람 돌아버리게 만든다.  기상해서

한 번, 식사집합때 한 번, 갔다와서 한 번, 자기 전 한 번............기본적인 게

8번정도였고 그 외 작업집합이니 기타집합때마다 인원점검을 하니...원.

탈영을 해도 연무대를 채 벗어나기전에 잡히지 않을까 싶을정도다.

하루는 점심식사가 끝이 나고 다시 인원점검을 하고나니 한명이 부족했다.

이상히 여긴 기간병이 또 해봤지만 마찬가지다.  갑자기 중대장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중대장은 사라진 모 대기병을 오늘 본사람 손들어보라고 하고

심문(?)도 하고, 증인도 모아보고 했으나 별 성과가 없자 더더욱 당황하여

어쩔줄을 모른다. 점심식사때 본 사람도 아무도 없었고 같이 잔 녀석도

누군지를 몰랐다.  ' 호~ 드디어 한녀석이 탈영을 했구나..... ' 싶었다.

너무도 지겨운 일상땜에 그런 사건은 우리에게 오히려 더 신선한 뉴스거리

였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그녀석은 발견되었다.  한 이등병이 그 대기병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중대장은 그제서야 얼굴이 펴진다.

" 흐......흐........너 얘 데리고 어디갔다 왔니? "

" 이병 이현진......책상 고치는데 잠시 데리고 갔었습니다 "

" ...........왜 보고 안했니? "     " ..............시..시정하겠습니다. --; "

" 시정이야 당연히 해야지 암....하지만 대가는 치러야 겠지?...../  "

물론 그 이등병은 그날, 암만 좋은 사람도 화나면 무섭다는 진리를 철저히

우리에게 실감시켜 주었다.   군대에서 '보고'는 생명이다.

무슨일이든 고참이나 간부에게 보고를 한다면 일단 그 보고자는 책임이 없다.

아마 그 이등병은 그뒤로 철저한 보고를 했을 것이다.....




<12> 분열연습하는 훈련병들...

입소대 연병장에서 곧 퇴소식이 있다고 한다.

훈련은 훈련소에서 받지만 퇴소식하고 면회는 다시 여기 연무대 입소대에서

하는 것이다.  그로인하여 오전내내 훈련병들이 연병장에서 분열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오전9시쯤에 어디서가 훈련병들이 쏟아져 들어와서는 분열연습을

하고 있었다

▩ 분열은 국군의 날 텔레비젼에서 자주볼 수 있는 줄맞춰서 이동하는걸 말한다
  이거 생각보다 정말 힘들다.
  단 한명이라도 제대로 못하면 전체가 엉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커브를 틀 때가 제일 어렵다.▦

멀리서 보니 그들의 군복은 회색이었다. ' 어? 그새 군복 색깔이 바뀌었나? '

후후.....그들은 온몸이 먼지투성이였던 것이다.  한쪽에는 두훈련병이 뭘 잘못

했는지 연병장을 떼굴떼굴 구르고 있었다.  얼굴, 안경, 어디 할것없이 흙먼지로

완전히 뒤덮혀서 아프리카 미개인같이 보인다.  하사들이 고함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있었고, 그들은 오전내내 훈련을 받았다.  " 저것 봐라 자슥들아....저래도

얼른 훈련 받고 싶니? "  짜파게티 일병이 우리보고 싱긋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부러웠다.  그들은 곧 퇴소식을 하게 되기때문이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 애인을 볼 수 있는 퇴소식, 사제음식을 마음껏 먹고

사제인들을 마음껏 볼수 있는 퇴소식.  아!  어서 투입해야 퇴소식이 다가

올텐데...... 내가 이렇게 입대했는데두 세상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게 정말 야속하고 일종의 배신감마져 든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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