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7] 훈련소로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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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7] 훈련소로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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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7] 훈련소로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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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짜가천사 ga(가)b(브)lee(리)l(엘)입니다.


- 유니텔에 그분 아니냐고 물어보신 MIS01님... 그분이 누구죠? -_-;
후후..어쨌던 잼있게 읽어주신다니 감사..감사...꾸벅..

- 제 글을 잼있게 읽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3월에 입대하는 동생을 걱정하시는
AID74님.    걱정마세요.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버릴테니...!

- 제글을 읽고 입대하신 오빠 생각에 눈물을 흘릴뻔 하셨다는 대구의 이쁜쩡미님..  
흠흠...친오빠인가요? --;   후후...끝까지 제글 읽어주세용..

- 자 오늘은 입소대의 마지막 이야기 입니다.  다음편부터는 가장 궁금해하시는
훈련소편을 올리겠습니다.   계속 애독해 주시길.....          ♥가브리앨♥



<16> 돌려서 본 강수지.

쓰레기장 청소를 하러갔다.

먼지를 다 뒤집어 쓰면서 열심히 했다.

그리고 소각장에 가서 쓰레기를 태우고 다 태운 쓰레기들을 넉가래로 날랐다.  

그때 소각장 구석에 손바닥만한 스포츠신문 쪼가리를 발견했다.

반사적으로 내손이 튕겨나가 그 쪼가리를 집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작업을 마친 뒤 내무반에 와서 아무도 몰래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가수 강수지에 대한 시시껄렁한 단 몇줄짜리 가십거리였는데 그렇게 잼있을줄이야..

사제에 있을때는 시시콜콜한 연애가 얘기들을 싣는 신문들을 보고  

"이것도 신문이냐?"  " 이런것도 기사라고 실었나? "  " 애들이나 보는신문 " 이라고

항상 비난을 했었는데...... 주머니에 보관하면서 보고보고 또 보다가 다음날 일석

점호시에 애들에게 보여줬더니 빙 둘러 앉아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읽었다.  

" 햐........너 도대체 이거 어디서 난거냐? "

" 야야.....빨리빨리 보고 내놔. 기간병이 보면 큰일나! "  초조하게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애들이 우습다.  아마 모두들 적어도 2번씩은 읽었으리라....

사제(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미칠지경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섬에서 미쳐서 죽지 않은게 존경스럽다.




<17> PX(Post eXchange)

PX가 문을 열었다.

모두들 헐레벌떡 뛰어가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먹는다고 난리다.  PX내에는

삽시간에 담배연기로 가득차 버렸다.   심한 경쟁을 뚫고 육군수첩과 과자를

사서 자리에 앉아 텔리비젼을 보니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3 예고편이 나오고 있다.  

성룡이 헬리콥터에서 과일실은 트럭에 떨어지는 장면인데 그 과일이 모가난

과일(파인애플같았음)이라 성룡이 아파서 어쩔줄 모르는 장면이었다.

" 하하하하하....."  모두들 마구 웃었다.

음료수와 과자를 먹는데 마치 천국에 온거 같은 기분이다.  담배연기가 구름을

만들어주고, 과자는 진귀한 진수성찬이 되었다.  열흘이 넘도록 보지 못한 텔레비젼은

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영상 같았다.  이젠 아무도 안 부럽다.  과자 먹으면서

텔레비젼 보는 이 시간....정말 꿈이 아닌가 싶다.

▩ PX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자유시간,닭발,훈제쏘세지,햄,만두같은 종류다.
  이런것들을 전자렌지에서 데워 먹으려고 한참 줄을 서야 한다..▦

저녁때 내무반에서 애들이 한곳에 우르르 모여 있길래 가보니 한녀석이

여자나체를 만화로 그리고 있었다.-_-;

전혀 유치하지 않게 내가 보기에도 그럴싸하게 그렸는데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지

그 자리를 떠나는 녀석이 아무도 없었다.  나도 잼있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중요한 부분을 안 그리면 옆에서 애들이 빨리 그려 넣으라고 난리였다.  -_-;

에구구.....군인도 사람맞어?

하여튼 한가지만 잘하면 이렇게 다 써먹을때가...크히히

이렇게 입소대에서의 정말로 지겨웠던 2주일이 흘렀다.




<18> 드디어 훈련소 투입!

8월 21일....이젠 입대한지 15일이 흘렀다.

마치 1년이 흐른듯한 기분이다.  오전에 PX에서 틴틴크래카 2개 사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세면백속에 저장(?)했다.   PX가 또 언제 문을 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고 또 반복되는 작업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때 지겹도록 들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 모두 연병장으로 집합! "

또 훈련소 투입절차가 있는거다.   모두들 세면백을 들고 밖으로 튀어 나간다.

너무 오래 대기한 나머지 이젠 시간관념도 없었다.   그저 식사시간만 기다려질뿐..!

관중석에 앉아 있으니 또 하사들이 저멀리에 깃발을 앞세우고 온다.

그리고는 연대마다 대기병을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젠 너무 자주 봐온 풍경이라

정말 지루했다.         " 다음은 29연대....박 지령,  김 혜성.........."

  앗??  근데 가만보니 우리 헌병 대기자들의 이름도 불리고 있는게 아닌가...

벌써 3명씩이나 이름이 불리워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드디어 우리헌병들도

투입되는것인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이 성찬 "    " 옛! "

어김없이 내이름도 불리웠고 나는 29연대 깃발을 든 소병훈 하사쪽으로 튀어 나갔다.

드디어 훈련소로 투입이 되는 것이다.  ' 햐.....드디어 여기를 뜨는구나. 연무대를

나서서 훈련소까지 가는길에 많은 사제인들을 볼수 있겠지...크크....'

나는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불릴 이름이 다 불리우자 나머지 대기병들은 다시

대기막사쪽으로 철수했다.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소병훈 하사는

우리 모두를 4열 종대로 서게 한다음 세면백을 열라고 했다.  

군대에서 나누어준 보급품들을 모두 다 소지하고 있는지를 검사 한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틴틴크래카가 아직 내 세면백속에 들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 이..이거............ 큰일이다.  하필 이럴 때 투입될게 뭐람? '  

그토록 바라던바인데 그놈의 비스켓하나땜에 나는 투입을 원망했다.  

소병훈 하사는 물품명을 하나씩 불렀고 그때마다 우리들은 그 물건을 하나씩 꺼내서

자기앞에 진열을 해야 했다.

" 맨먼저 치약! "    모두들 치약을 꺼내서 자기앞에 진열했다.

단 한개라도 분실했거나 소지하지 않고 있으면 안된다.  일회용 면도기를 잃어버린

대기병이 옆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나도 벌벌떨고 있었다.   뭔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것이 하나 더 있었기에............  

" 다음은 비누! "  하사의 명령에 모두들 비누를 앞에 진열했다.  

하사는 또 걸어다니면서 비누를 모두 검사했다.  사실대로 말해 버릴까 하다가 그냥

모험을 하기로 했다.

' 에라이..죽기 아니면 까무라 치기다........'  

" 다음은 타올......"

하사가 외쳤을 때 나는 재빨리 타올로 틴틴크래카를 둘둘말아 내앞에 진열했다.

역시 소하사가 지나가면서 하나하나 검사를 한다.  마구 침착한척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기가 왜그리 힘든지....원.  

근데 걸어오던 하사가 내 앞쪽에서 걸음을 딱 멈추었다.     -_-;;;;;;;;

그러더니 하사가 크게 외쳤다.

" 다음은 면도기! "  

' 휴~~~~~~~~~~~~ '

그제서야 나는 면도기를 잃어버렸다는 녀석이 벌벌떠는걸 느긋하게 구경할수있었다.

' 어이구 정말 십년 감수했네......이러다 내가 오래 못살지...'




<19> 이름 외우고 걸음마 연습하는 군인들.

소하사는 물품검사를 모두 마친 뒤 이름암기와 걸음마 연습을 시켜 주겠다고 했다.

모두들 무슨 소린가 싶어서 의아해 한다.  이름암기는 관등성명을 말하는것이었다.

즉, 자기의 소속과 번호, 계급, 이름을 고참이나 간부가 자신을 지적할 때 즉시

외치는 것이 바로 관등성명이었다.  나는 ' 29연대 4중대 4소대 3분대 150번 훈련병

이성찬' 이었다.  소하사는 모두에게 관등성명을 가르쳐 준 뒤 한사람 한사람

지적하면서 관등성명을 잘 대는지 확인을 한다.  보기엔 간단한거 같은데 바짝 쫄아서

그런지, 머리가 돌이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적당할때마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외칠수 있었다.

" 예... 29연대 4중대 4소대 2분대 백이....백이십....훈련병.."   ' 퍽 ! '

버벅거리는 애들은 여지없이 맞았다.  드디어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훈련소에서는 관등성명을 이렇게 길게 대진 않는다.  그냥 줄여서

' 예..150번 훈련병 이 성 찬 ' 이라고만 한다.  관등성명연습이 끝이 나자 이번엔

걸음마 연습이었다.   4열종대로 서서 소하사의 구령에 맞춰서 걸었다.

팔은 땅에서 정각 90도가 아닌 100도정도를 힘차게 휘둘러야 했다.

" 앞으로 갓...뒤로돌아 갓.....뒤로돌아 갓... 제자리....제자리에 섯 "

이렇게 간단한것도 틀리는 애들이 있어서 여지없이 하사의 주먹에 떡이 된다.

' 병신들.... 초등학교 오후반을 나왔나?  걷는것도 제대로 못해...참나..'

나는 얻어맞는 녀석들을 비웃으면서 걷다가 내팔과 다리를 보고 화들짝 놀랬다.

나도 그들처럼 왼발이 나갈 때 왼팔을 흔들고, 오른발이 나갈 때 오른팔을 흔들고

있는거다. -_-;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뛰는걸 느끼고 재빨리 팔을 바꾸었다.

다행히 하사는 나의 실수를 보지 못했다.  겉보기엔 간단한거 같지만 쫄아서 그런지

틀리는 애들이 많다.   방금 내가 한실수가 가장 빈번한 실수이다.

정말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이런 실수를 내가 할줄이야.. 쪽팔려서원...

걸음마 연습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애는 동그란 안경(마치 중국사람같은...)을 쓴

애였다.  이 애는 하사에 계속 맞아도 소용이 없는 구제불능이었다.  마침내 열받은

소하사가 그녀석에게 하나의 직책을 내려주었다.  

" 얌마!  넌 이제부터 고문관이다.....고문관..... ........알겠어? "

" 예 알겠습니다 "  

" 관등성명 안대?  새꺄.."

" 예.. 29연대 4중대 4소대 3분대 143번 훈련병 이형주....예..알겠습니다. "

이건 여담인데..후에 훈련소에서 형주는 이런소리를 하는 바람에 우리들 배꼽의

주름을 다 펴게 만들었다.

" 얘들아...얘들아...나도 드디어 한건했다.  사회에선 분단장도 못해 봤었는데

군에서라도 이런걸 해보는구나. 으하하하.... "  

콰다당!  기가차서 말도 안나왔다. 푸하하

형주녀석은 고문관이 무슨 감투라도 되는줄 알았던 것이다.

▩ 여자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고문관이란 군에서 훈련이나 기타 상황에
  적응을 잘못하고 버벅대는 병사를 말한다.
  개인의 실수로 항상 전체를 고생시키는 독버섯 같은 존재이다.
  물론 그런 고문관땜에 웃기는일도 많다.▦

가슴떨리는 걸음마 연습이 끝이나자 하사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추어 우리는

세면백을 왼팔에 끼고 오른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연무대를 나섰다.

' 으........이젠 이 지겨운 연무대쪽을 보고 오줌도 안 누리라.........'

연무대를 나서기만 하면 사제인들을 마음껏 볼수 있다는 나의 희망은 여지없이

깨졌다.   워낙 하사가 군기를 잡는 바람에 사제인 은커녕 앞의 가는 녀석의 뒷통수만

뚫어져라 쳐다봤던 것이다.  눈만 돌려도 하사가 금방 달려올 것 같은 중압감에

우리는 숨도 제대로 못쉬었다.   지나가는 사제인들은 계급장도 없이 열심히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우리를 불쌍하게 쳐다본다.  앞에 가는 녀석 뒷통수만 쳐다봤다면서

그걸 어떻게 아냐구?    느낌이지 뭐..--;

드디어 저 앞에 논산훈련소 정문이 보였다.

2명의 위병이 문을 지키고 있었고, 우리 대기병들이 도착하자 철문을 끼이이익.....

하고 열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열심히 팔을 흔들어 대면서 철문을 지나치는 순간 위병중에 한명이 나즈막히

뇌까린다.       " 쯔쯔........니들은 이제 죽었다고 생각해라.."

아.....!  지금도 이미 죽을맛인데 또 한 번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뒤에서 철문이 끼이익..하고 닫히는 소리가 그렇게 절망적으로 들릴수가 없다.

                                                              <입소대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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