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8] 훈련소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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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8] 훈련소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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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8] 훈련소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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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 육사에 지원했다가 물먹으셨다는 ┯┯공주님!  여자분이 대단하시네요..
재도전때는 꼭 성공하시길...( 아이디공개를 거부하셔서 역시 모자이크 처리를..)

- 예전에 제글을 퍼간적이 있으시다며 저를 알아봐주신 msmulder님..방가워요.
병영일기는 퍼갈때 인세가 붙는거 아시죠?  --;   후후..

- '장교들 생활도 그려 주시요' 라고 무뚝뚝하게 한마디 하신 마징가님..-_-;
쪽지 받고 너무 무서워 벌벌 떨었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볼께요...

- 자!  오늘은 훈련소에 들어간 첫날 생기는 일들을 올립니다.
많은분들이 궁금해 하시는데.......별일은 없어요..
단지 겁에 질린 동물과 사악한 사육사들이 있을뿐....-_-;
그럼 [Enter]를 쌔려 주세요..                             퓨가브리앨퓨

<20> 시범케이스.

29연대로 들어가서 4중대 막사 앞에 모두들 줄맞추어 섰다.

막사 앞에는 여러 가지 배급될 물품들이 쌓여 있었다.  한사람씩 줄지어 걸어가며  

자신에게 할당된 야상, 개구리군복, 체육복, 구두솔, 구두약, 내복, 양말,

더플백, 손수건, 런닝, 팬티 등등을 받았다.

▩ 야상   : 동절기에 입는 반코트 군복이다.
  체육복 : 정말 촌스러운 주황색 야광(?) 체육복.
  내복   : 내복까지 국방색이라니....질렸다 질렸어.
  더플백 : (duffelbag) 즈크제 원통형 낭을 말한다.
           권투장에  샌드백하고 비슷하게 생긴 가방.
           떠블백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잘못된 말이다.
  손수건 : 베이지색의 수건인데 철모안에 쿠션으로 넣어두기도 한다.
  팬티   : 보디가드나 쌍방울이냐고?  혹시 목련이라는 제품을 아시는지? --; ▦

군대옷은 칫수가 이상하게 기록되어 있는 바람에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한 번 가져간 것을 나중에 입어보고 작거나 크다고 바꿀수는 없다.

말 그대로 옷에다가 몸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군인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입다보면 정말 옷에 몸이 맞춰지는 것이다.  

어디에나 고문관은 있게 마련......지급되기 전 소대장이 그렇게 일러줬건만 물품을

지정된 수보다 더 가져가거나 덜 가져간 애들이 많았다.

고문관들이 많으면 시범케이스라는 무시무시한 영웅이 탄생한다.

물품배급이 끝이 나고 모두 다시 줄서서 모였을 때 소대장이  "주목" 하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한눈 파는 녀석이 있어 소대장이 그녀석을 지목했다.

" 야! 거기 너! "

고문관의 특성은 연달아서 실수를 한다는 점이다.

그녀석은 자신이 지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등성명도 제대로 대질 않았다.

소대장은 그녀석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시범케이스는 실제로 그 죄과가 가볍더라도

전체를 위해서 일부러 더 본보기가 되도록 고생을 하게된다.  물론 이것은 효과만점.

시범케이스를 한 번 보고나면 모두들 말을 잘 듣는다.  우리는 훈련소에 온 첫날부터

시범케이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똑똑히 보았다.  앞으로 튀어나간 그녀석은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 돌무더기인 땅에 엎드렸고 손을 뒤로 한채 발로만 기어서 앞으로 가며,

관등성명을 목이 터져라 외쳐야만 했다.  그녀석이 막사앞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을때 소대장은 내무실장(하사)과 조교들(사병)을 한사람 한사람 소개 시켜준다.

시범케이스는 소대장의 막사소개,조교,내무실장소개,훈련과정소개를 다 할 때까지

계속해서 땅바닥을 기느라고  입고있던 반바지 군복이 걸레가 되고 다리며  얼굴이

죄다 흙투성이에  땅에 긁혀서 피가 나는등  몰골이  그야말로 비참...........!

정말 비참 그자체였다.  에고에고......저 애의 어머님은 아들이 저러고 있다는걸

아실까?   연대장님의 멋진연설만 듣고 돌아가셔서 잘 모르겠지 뭐......

우리 4소대 내무실장은 우리를  데리러 온 소병훈 하사였지만 그는 얼마안있어

제대를 한다고 했고 지금은 휴가를 가있는 다른 하사가 새로 온다고 한다.

그리고 조교들은 날카롭게 생긴 최창인 상병, 어떤 개그맨과 무척 닮은, 안경을

썼던 보급품 담당인 남창오상병, 키가 작지만 야무지게 생긴 김대우일병,

마지막으로 좀 말라서 해골을 연상시키는 문재연일병이었다.   이들이 앞으로

우리들을 6주동안 군인으로 만들 사람들이다.  순해 보이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는점이 절망적이었다.





<21> 분대장이 되다.

각자 배정받은 내무반으로 모두 들어가서 자기 관물대에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나는 4소대였고 번호가 150번이라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총기 바로

옆자리였다.  번호땜시 나는 자연히 분대장이 되었다.

입대전 전쟁영화같은데서 보면  사병이 죽으면서

" 분대장님.....으윽...저를 두고 그냥 가십시오.."

라고 말하면 멋있는 분대장이 나타나

" 그럴수 없다. 힘내라.."

하며 부상병을 어깨에 들러 매고 그곳을 빠져 나오지 않는가.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분대장이 대단한 직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훈련소에서의 분대장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기 분대를 챙겨줘야 하는 따까리이다.

총에 꽃는 총검을 받아와서 애들에게  나눠줘야 하고, 지시사항있을때마다

내무실장에게 튀어가서 전달받아서 소대에 지시해야 하며,  복도에서 "각소대 전달"

하고 하사가 외칠때마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즉시 튀어나가야

하며 총기시근장치(총을  함부러 못 가져가도록 자물쇠로 잠그는  장치)도 도맡아서

해야 했다.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 훈련병인데..난  이거 때문에 항상 누구보다도

동작이 빨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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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대 정리가 끝이나자 다시 막사앞에 집합해서 식당으로 향했다.

웬지 훈련소의 식당은 더 맛있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역시 맨발로 집합해서

식당까지 걸어가는데 식당앞에 있는 넓은 연병장에서 먼지투성이가 된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식당은 2층건물이었는데 우린 항상 2층에서 식사를 했다.

군대에서의 국은 건더기가 없기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건더기가 죄다 아래에

가라 앉아서 위에 국만 퍼올리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싫어하는 국중에는 똥국이라고

불리우는  된장국이 가장  유명한데............

실제로 군인들이 똥국보다 더 싫어하는 국은 바로 '임연수어 국'이다.  이면수라고도

하는 임연수는 무슨 여자이름같지만 사실은 쥐노래밋과의 바닷물고기이름인데,

사제에선 꽤 고급요리라고 한다.  하지만 군에선 고기가 다 풀어헤쳐져서 가시가  

온통 퍼져 있는데다가 요리를 잘 못한 나머지 비린내가 엄청 난다.

너무 배고파 땅에 떨어진 두부도 주워먹던 내가 임연수어만큼은 치를 떨었을정도니

뭐...-_-;





<22> 훈련소에서의 첫날밤.

내무반에 돌아와서 청소를 하고 훈련소에서의 첫 점호를 받았다.

역시 입소대와는 달리 장난이 아니었다.  숨도 제대로 못쉬는 가운데 간 떨리는

점호가 끝이 나고 10시정각에 불을 끄고 모두들 자리에 누웠다.

' 아........힘들다.  아직도 8월이라니...'

내 신세를 탓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취침나팔소리가 울려 퍼진다......

' 빠.........바.......빠...빠...밤..........♬ '

고요한 밤의 정적을 뚫고 울려퍼지는 취침나팔의 애절한 선율....!

케니G의 색소폰 소리?저리가라였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끝에 오는 달콤한

취침시간의 취침나팔소리는 고향생각을 나게 만들었다.

' 아........어머님은 지금 뭘 하고 계실까? '

" 야! 여기 불침번 누구얏? "

' 아........가족들은 지금...잉? 불침번? '

2소대 하사가 들어와선 불침번이 누구냐고 물었다.

음.... 번호순서대로 였기에 우리소대에선 바로 내가 불침번이었던 것이다.

급히 복장을 챙겨 입고 각 내무반 불침번들이 집합한 곳으로 갔다.  3소대 내무실장은

목소리가 아주 굵고 멋있는  하사였는데 우리들에게 30분에 온도보고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뒤 각 내무반으로 가라고 했다.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 입구에 섰다.

훈련소 불침번은 자대와는 달리 돌아다닐수가 없고 자신의 내무반입구에서 내무반

안쪽만 쳐다보고 서 있어야 한다.  가만히 서있는동안 10시 30분이 되었지만

온도보고를 어떻게 하란것인지도 모르겠고 또 하는 애들도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쳐 버렸다.  어차피 하사도 복도중간 책상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뭘.

10시 50분전에 바로 내자리 옆에서 자던 151번 훈련병 상우를 깨웠다.

" 야......야........일어나라....너 불침번 설 시간이야.....복장해..."

" 끄으응....쩝쩝..."

상우가 일어나자 11시정각에 새 불침번과 전 불침번이 다시 하사앞에 모였다.

모두 모이자 졸고있던 하사가 눈을 떴다.

" 으음...불침번 교대시간인가? "

" 예...그렇습니다 "

" 10시 불침번들.........왜 30분에 온도보고 안했어? "

' .........'

" 첫날부터 애 먹이는구먼. 니들은 가서 1시간동안 엎드려뻗처있다가 12시에 잔다.

알겠나? "      " 예..알겠습니다.-_-"

이런 제길............할수없이 12시까지 내무반에서 엎드려 뻗쳐 있었다.

한시간동안 엎드려뻗쳐있는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 이렇게 한달만 하면 아놀드 슈왈츠네거 되겠군..'

하지만 난 두들겨 맞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겼다.

12시정각이 되자 자리에 누워 잘려다가 갑자기 틴틴크래카가 생각이 나서 빨리

없애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불침번 서던 151번 상우랑 나눠 먹었다.

상우는 너무 기뻐서 고맙다는 말도 잊고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훈련소에서 이렇게

음식을 나눠먹는장면은 거의 보기가 불가능하다.  먹는거 앞에선 전우고 우정이고

없다.   그건 군인이면 누구에게나 통하는상식이었다.

과자를 모두 먹어치운 뒤 다시 자리에 누웠다.

'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까??????'

' 내가 6주동안의 힘든 훈련을 과연 잘 해낼수 있을까? '

훈련소에서의 첫날밤이 소리없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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