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11] 수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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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11] 수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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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11] 수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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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수하를 만들어 내는 훈련병들.

입소식을 했으니 이제부터 우린 교육기간으로 들어간다.

지금부터 계산해서 6주뒤에 퇴소식을 하게되는거다.

우리는 다음날 가까운 훈련교장에 가서 '수하'라는것을 배웠다.

수하는 어두운 곳이나 먼곳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암호확인작업이다.

암호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   수하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만약 그날의 암호가 ' 화랑, 담배 '라고 가정 하자.   초소에 근무를 서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걸 봤을때...즉시 총을 겨누고 " 손들엇 , 움직이면 쏜다"

라고 외치고는 "화랑" 하고 암구어를 댄다.   그럼 상대방이 " 담배 " 하고 뒷

암구어를 말한다.     그뒤의 대사는  " 누구냐? "  " 일직하사다 "

" 용무는? "  " 순찰 "..........." 보초前  3 보 앞으로......" 라고 하면된다.

이것이 바로 수하의 요령이다.

이렇게 간단한 첫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조교가 훈련병들중 몇 명을 뽑아서 시켜보면

외우지를 못해 실수연발이었다.  교육 받을땐 다 알겠다고 외치는녀석들이 실제로

시켜보니 완전히 지들이 수하를 만들어 내는게 아닌가.....?

잠시 수하교육의 현장을 한번 알아보자.

조 교: (풀숲에서 나타난다)

훈련병 : 꼼짝마, 움직이면 쏜다.

조 교: -_-+ 빙신.....손들어 움직이면 쏜다라니깐....!

훈련병 : 소..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조 교: (손을 든다)

훈련병 : " ...........아...암구어!  --; "

조 교: ./   너 죽고싶냐?   니가 먼저 말해야 할꺼 아냐?  

훈련병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며..) 화랑 !

조 교: 담배..

훈련병 : 용무는?

조 교: 윽..-_-;  너 맺집 자랑하고싶어?  누군지부터 물어봐야 할꺼 아냐?

훈련병 : 누.....누구냐?  

조 교: 순찰하사다..

훈련병 : 용무는?

조 교: 순찰

훈련병 : 초소앞 3보 앞으로....

조 교: (드디어 폭팔한다) 으아아아아아.........콰콰쾅....!

        대가리 박어 쌔꺄!    초소앞이 아니라 보초전이야..보초전..

        이새끼들 사제에서 도대체 뭐하다가 들어온놈들이야?

뭐 이정도면 교육장의 분위기를 대충 알수 있을것이다.  후후

가장 우스운 것은 실습을 해보는 훈련병들 서로의 대화가 각 지방 사투리로

이루어 진다는 점이었다.    넘 웃겨서 배를 잡았다.   사투리중에서도 제주도

사투리는 정말 특이해서 외국말이나 다름없었다.

한번은 식사때 내옆에 앉은 한 훈련병이 " 와우.......오늘은 독새기가 나왔네...."

하길래 난 내가 알지못하는 새로운 음식이  나온줄 알고 내 식기를 들여다 본적도

있었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제주도에선 달걀을 독새기라고 한다는것이었다.

닭새끼가 변형된 말이라나?  6도(8도가 아님-_-;)에서 모두 모인 청년들이 같이

생활하는곳이라 이런 아기자기한 재미도 많았다.




<32> 헌혈하는 군인들.

하루는 내무반에서 총을 닦고 있는데 하사가 " 헌혈집합 " 하고 외친다.

훈련병들이 안 그래도 힘이없어 다 죽어가는 판에 미쳤다고 피까지 뽑겠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훈련병들은 모두 밖으로 재빨리 튀어 나갔다.

헌혈은 군인들의 변함없는 희망사항중 2가지나 실현시켜주는 매개체였기 때문이다.

그 두가지란, 여자구경(간호사)을 할수있다는것이고, 군것질(헌혈뒤에 주는 과자)을

할수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두가지에 비하면 피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이미 헌혈한 다른중대 녀석들이 모여서, 배당받은 에이스크랙카를 먹고 있었다.

' 우왓.....킁킁..저 냄새...흐흐흐...맛있겠당..'

내 차례가 되어서 헌혈차 안으로 들어갔다.

사제에서 RCY(맞나?)나 띠를 두른 아줌마들에게 붙잡혀 도살장에 소 들어가듯

들어갔었던 헌혈차와는 분위기부터가 틀렸다.

이쁜간호사들이 3명씩이나 앉아있었다.  간호사들이 여자구경에 굶주린 우리들의

심리를 잘 알고서 일부러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피검사를 했다.              " O형이네요..."

' 아이구......저 목소리... 마치 은구슬이 흐르는 듯한.........'

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헌혈차 안이 바로 천국이었구나........

다음은 혈압검사!

뭔가를 팔뚝에 칭칭감고는 바람을 푹푹푹 집어넣어보던 간호사가 말했다.

" 어머.....많이 피곤하신가봐요. 헌혈은 다음기회에 하도록 하세요 "

" 아.....그래요? . 알겠습..........  이잉? "  

나는 청천벽력같은 간호사의 말을 믿을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울상을 지으며 용기를 내서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 저..............헌혈 안하면 에이스크랙카도 안 주나요? "

이런 유치한 질문은 군인이 아니면 결코 할수 없으리라....-_-;;

질문을 듣고 간호사가 쌩긋쌩긋 웃는다.

" 호호........그렇죠 뭐......"        실망하여 할수없이 차를 나왔다.

모두들 화단옆에 앉아서 에이스크래카 파티를 벌리고 있었다.

난 에이스가 없는데 그곳에 끼어들려니 구걸하는 듯 해서 할수없이 따로 혼자

앉아서 그들이 에이스를 다 먹을때까지 구경만 했다.

퓨 줄리 : 그냥 서로 같이 나누어 먹으면 안되니?
  리앨 : 잉? 너 누구야?
  줄리 : 여러분 안녕하세요..^_^   사사건건 트집잡는 옴부즈우먼 줄리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등장해서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리앨 : -_-;;
  줄리 : 자....대답해봐.. 과자를 같이 나누어 먹으면 되지 뭐.
  리앨 : 과자를 나누어 먹는다?  크후후.....그런게 어딨니?
         피와 맞바꾼 과자를 걔들이 주려고 하겠냐?
         실제로 훈련병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먹는 것
         때문이지.
         사제에서 남자들이 과자땜시 싸우면 모두들 덜떨어진 녀석으로 보겠지만
         군에선 정말 절실한 문제거든.....
         물론 나도 딸기잼 하나땜에 해병 3명과 싸운적이 한번 있었어.^^;
         그 얘긴 차차 나올테구...
         암튼 너도 애인이  군대에 있으면 초코파이 몇상자나 자유시간 40개정도를
         포장하여 소포로 보내봐라.
         단번에 니 애인은 내무반에서 스타가 될꺼다.퓨


헌혈차가 떠날때까지 화단에 앉아있어 봤지만 에이스크랙카를 땅바닥에 흘리는

녀석조차 없었다.  나쁜노무시키들.....담에 내가 먹을거 생기면 주나 봐라...흑흑




<33> 군인은 무엇인가?

오전에 VTR교육을 받았다.

가수 김민우가 주인공인데 애인인 김혜수가 너무 보고싶어 탈영을 해서 헌병에게

잡혀온다는 유치 찬란한 내용이었다.

( 나중에 자대에서 이 영화에 엑스트라 출현한 고참헌병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다보니 연예인들이 부럽다.  군에 들어와도 일반사병처럼  생활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연예 활동을 하는게 부럽다.  김민우도 지금 방위생활을 하면서

군 홍보영화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암튼 이런 홍보영화는 죄다 사고 예방용

교육이었다.  탈영하면 죽을때까지 죄인으로  살아가며....결국은 잡혀온다....

그러니 탈영 같은것은 꿈도 꾸지 말아라......는 내용이 거의 다반사였다.

한 하사가 옛날에 있었던 얘기를 해준다.

결혼을 하고 입대한 한 사병이 아내와 아기가 너무너무 보고파 군화발로 자기 새끼

손가락을 밟아서 뼈를 부렀뜨렸다고 한다.     어휴....끔찍도 혀라.....--;

그로인해 그 사병은 손가락 치료 때문에 외출을 했지만 결국 아내는 만나볼수 없었고

오히려 고의로 자해를 했다는 것이 발각되어 군사 재판을 받은 뒤 2년 징역살았다는

것이다.  군법이 정말 무섭긴 무섭구나....

근데 그 사병에게 떨어진 죄목중 하나가 정말 웃지못할 죄명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 軍 기물 파손죄 ' 였다고 한다. --;

갑자기 서글퍼 온다.  

군대 기물은 감정도 없어야 하는데...서글픈건 느끼는건 웬일일까?





<34>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

오늘은 일요일

오전에 종교행사집합을 했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모두  집합하고 나자 줄지어서

교회로 걸어가는데 기간병이 노래를 시켰다.

"  하낫..둘..셋..넷....가요한다...가요는  질투 ..가요시작...하나,  둘, 셋, 넷."

' 우왓........가요를 부른다........^_^..............'

그당시 유행했던 최수종, 최진실의 '질투'나, 교회성가중 잘 알려진 '실로암'을

부르도록 했다.  햐.....사제노래가 이렇게 좋은줄은 예전에 미처...!

입대후 단 한 번도  사제노래를 불러보지 못했던 애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목청이

터져라 사제노래들을 불러댔다.

" 많은 것을 바라진 않아....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야.........♬ "

평소엔 아무것도 아닌거 같은것들이 커다란 행복이 되는곳이 바로 군대였다.

행복은 결국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건가보다.

" 언젠가는 내가 말할꺼야........사랑 한다고.....★"  


교회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가 엄청나게 넓다.

이것도 나중에 안것이지만 전 세계에 있는 군대교회중에서는 논산교회가

가장 큰교회라고 한다.  오호.. 어쩐지................

앞에서 말하는 목사나 사회자의 얼굴은커녕 몸뚱아리도 제대로 안 보인다.

내부의 형태는 마치 콜로세움 광장 같았다.  엄숙한 분위기의 교회내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병들은 90%가 자고 있었다.  열심히 외치는 설교자와 아예 엎드려 자는

사병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난 무심코 성경책과

찬송가를 펼쳐 보았다     '잉? 이게모야?'

성경책과 찬송가의 빈틈은 온통 앞서갔던 훈련병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 이 글을 읽는 후배들에게.........에그...왜사니?  내가 너라면 자살한다.."

" 우하하.......이제 퇴소식만 남았다........잘있거라 후배들아.  277기선배 "

" 나의 사랑하는 노원희....정말  보구싶다.." 등 등의 낙서가 정말 빈틈도 없이

적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낙서는 바로 힘든 5대 훈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었다.   쓴 사람은 달라도 내용만은 죄다 같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죄다 읽어버렸다.     예배가 끝이나자 모두들 엄숙하게 일어선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밴드부에서 힘찬 반주가 흘러나온다.

주악에 맞춰 모두들 노래를 불렀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으윽...놀라움의 연속..-_-;;

예배 마치고나서 애국가를 부르는 교회를 가본적이 있는가?  

하여튼 군대란곳은 참 신기한곳이다.

마치고 나와서 집합하니 타 연대 훈련병끼리 모두들 서로 질문하고 난리다.

" 야.......니들 몇주차 교육이니? "

" 응...우린 이제 1주차야...니들은? "

" 에고.자살한다 자살해..우린 4주차야..니들 곧 가스실에서 죽어날꺼다.크하하"

' 나참............자살이 쉬운줄 아나?  어디 한 번 자살 해보시지..--;'

우리가 1주차 교육생이란걸 알게되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자살한다고 난리였다.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점호를 받는데 잘 서있던 한 훈련병녀석이 쓰러져 버렸다.

조교가 놀라서 뛰어가보니 가벼운 빈혈중세였고,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했다.  영탁이라는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은 충청도 병력으로, 말이 느리고 종교행사때

마다 자기는 '남묘호랭교' 라면서 남묘호랭교의 정당성과 위대함을 주장하던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 야...괜찮냐? "

" 응..순간적으로 어지러웠던거 뿐야..몇초라도 내무반에 누워보니 기분 죽여준다"

" -_-; "


훈련소에서의 1주일은 눈코뜰새없이 흘러가 버렸다.

                                                             - 계속 -


                                < 예고편 >

다음편엔 훈련소의 식사에 대한 얘기와  각종 얼차려에 대한 심층분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들 읽어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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