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13] 가스실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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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13] 가스실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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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13] 가스실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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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냐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36> 굶주리는 군인들.

불침번의 "기상.........기상....." 하고 얄밉게 외치는 소리에 모두 잠을 깼다.

오늘도 괴로운 하루의 시작........모두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스트레칭체조를 하고 아침점호 집합하러 모두 막사앞에 모였다.

안개가 얼마나 자욱했던지 뒤에 있는녀석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짝다리를 짚고

있어도 기간병이 모를정도였다.

논산은 이상하게시리 안개가 자주, 그리고 엄청 많이 낀다.

그래서 아침구보를 할 때면 구름속을 달리는 기분이다. 물론 죽을맛이지만.....!

아침식사를 하러갔다.

흔히들 남자가 군에 가면 마른사람은 살찌고 뚱뚱한 사람은 살이 빠진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세수를 할때마다 얼굴에 디룩디룩 붙는 살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군대라고 체격까지 평균화 되는것일까?

나는 원래 소식(小食)가 였다.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었는데 군에 가서 모든게

달라져 버렸다.   얼마나 먹어댔던지 친구들이 내 입에서 먹을것이 떠나는날을

못봤다고 할정도였다.  특히 훈련병때는 자유배식이 아니라 먹고 더 먹을수가 없어서

나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항상 식탁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음식을 남기고 지나가는 애들이 있으면 내 식기에 모두 쏟아 붓도록 했다. -_-;


   ◎  ┛  맨 가장자리에 앉은 리앨  
   컴    과   과   과   과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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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고추가루 묻은 밥, 휘휘 저어놓은 국, 씹다가 만 깍두기등등.....가리질 않았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는 녀석은 거의 없었다.  죄다 국만 남겼지 밥이나 반찬은 모두들

모자라서 난리였다.  이로 인해 입대전에 키180cm에 몸무게 66kg밖에 안나가던

마른몸의 내가 첫외박때 보니 무려 10kg가 쪄서 76kg씩이나 나가는걸 보고 놀란적도

있었다.   규칙적인 운동(?), 잠, 식사를 하니 살이 안찔수가 없겠지...

저녁때 모두 의무적으로 집에다 편지를 쓰라고 했다.    그리고 편지는 검열을

한다면서, 쓸때없는 군에 관한 얘기는 하지말라고 하사가 엄포를 놓았다.

이로인해 모두들 자세한 군 훈련에 관해서는 쓰질 못했고, 그저 몸 건강히 잘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밖에 쓸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선 죽도록 고생 하고 있으니

없는 빽이라도 좀 써서 나좀 살려달라고 쓰고싶었지만 어디 그럴수가 있나..

하사와 기간병의 말이 곧 법인걸.......

그날저녁에 훈련병들이 제출한 편지는 일직사관이 밤새워서 그걸 모두 읽어보며

킬킬 거리고 있었다.     저런게 검열이라니.......원.



<37> 화생방훈련.

오늘은 첫 원거리 외곽훈련이다.   다른 훈련소에 비해 논산은 이게 좋다.

야외 훈련장들이 중대에서 상당히 멀기 때문에 갔다왔다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다른 훈련소에 비해 훈련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논산훈련소 뒤쪽에 있는 철문을 지나 논두렁 길을 양쪽으로 줄지어 가면서 누렇게

익은 논과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바라보자니 오랜만에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걷는걸 무척 좋아하는 나는 오래 걸어서 허리가 아파도 마냥 좋기만 했다.


▩ 허리엔 쓸때없이(?) 여러 장비들을 주렁주렁 매달기땜시 무척 힘들다.
  첨엔 탄띠 라는 총알허리띠를 두루고, 좀있으면 수통(물통)을 오른쪽 뒤에 찬다.
  며칠있으면 판쵸우의를 돌돌말아서 왼쪽허리뒤에 차고, 야삽까지 뒤에다 찬다.
  게다가 화생방 하는날은 방독면까지 왼쪽허리측면에 차고 있어서
  완전 인간만물상이 되버린다.▦


걷고 걸어서 드디어 화생방 훈련장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던 화생방 훈련!   저 위에 보이는  언덕위에, 화생방 훈련을 위한 조그만

창고같은곳이 있었는데 모두들 '언덕위의 하얀집'이라고 불렀다.

하얀집에서 밑으로 20m쯤 떨어져서 줄지어 앉았다.

먼저 다른 소대들이 들어갔다.

녀석들이 들어간지 좀 있으니까 이상한 군가가 들려온다.

" 멋있는...콜록 콜록..사나이.....끄윽...끄윽.... 많고 많지만....우웩..--; ♬ "

그리고 반대편문이 열리고 10여명의 훈련병들이 양손을 수퍼맨처럼 펴고 뛰어

나오는데 얼굴이 사람의舊嗤  그거보다 더 큰 문제는 호흡이 안되는거였다.   박하사의 명
령에 따라 군가를

부르려고 했지만 숨을 내쉴수는 있어도 들어마실수가 없었다.  

그 기분.........마치 달에 온 기분(달에 가본적은 없지만....)이었다...

" 사나이로.... 콜록콜록....태어나서.....끄....으....할일도.......? ?..허억.."

앞서간 훈련병들이 불렀던 레파토리 그대로 우리도 군가를 불렀다.

숨도 못 쉬고 콜록거리는데 박하사가 또 노래를 시킨다.

" 다음곡은 ' 어버이의 은혜'........하낫 둘 셋 넷 ! "

" 어버이..★...은혜는 하늘 같...으윽..켁....우러러 볼수록.....크흑 ......"

도저히 끝까지 부를수가 없었다.  숨이 넘어가려고 하는데다가 눈에는  눈물이,

코에는 콧물이, 입에는 침물이 다운증후군처럼 줄줄줄 흐르고 있는데, 노래는 무슨

얼어죽을 노래인가?


▩ 화생방 훈련때는 휴지가 필수다.
  반드시 주머니에 양껏 넣어 가는것이 좋다.▦


노래가 끝나자 하사가 문을 향해서 두줄로 서라고 한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내뒤에 있는녀석이 내 등에 토할까봐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 녀석은 다른녀석보다 더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마치 세상의 고통이란 고통은

혼자서 다 지고 가는양 괴성을 질러대던 놈이었다.  하사가 문의 시근장치를 풀려고

하자 서로 나갈려고 아우성이었다.    " 어? 이것들 봐라? "

박하사가 다시 문을 걸어 잠궈 버리고 " 야이 새꺄.. 줄똑바로 서지  못해? " 하고

야단을 치니 난리치던 훈련병들이 억지로 억지로 겨우 줄을 선다.

' 으헉....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숨이..숨이...죽기전에 문이 열려야 할텐데...'

하사가 다시 문을 여는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진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우리는 양쪽팔을 쫘악 펴고 앞으로 달렸다.

몸에 남아있는 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바람반대방향으로 계속해서 달려야 했다.

으........항상 존재하는 공기가 이렇게도 소중한 것이었다니......

우리는 아주 평범하고도 단순한 진리들을 다시한번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한 훈련병 녀석이 엄청난 말을 한다.

" 으.......교회에 갔을 때 성경책에 적혀있던 글에?본건데 힘든 5대훈련중에서

이 화생방훈련이 가장 쉬운거니깐 아무 걱정말라고 적혀있었어...."

" 우..우린 이제 죽었구나.....-_-;;;; "

...............앞으로 남은 힘든 4가지 훈련은 어떤 것들일까?

세상에나... 이게 가장 쉬운거라니............과연 내가 모두 견딜수 있을까?



<38> 전우애

내 옆자리의 151번 훈련병 상우는 서울병력인데 좀 뺀질이였다.

아침마다 150번인 나부터 160번까지 하는 청소구역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 녀석이

었고 그 시간에 혼자서 몰래 세수와 양치질을 하던 녀석이었다.

다른 애들은 그런 상우를 그냥 모른척 했다.

* 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식이다.

( * 은 눈이나 백설표가 아닙니다. -_-; )

그런 뺀질이 상우가 하루는 감기몸살로 인해 열이 펄펄 끓었다.

저녁에 일직사령이 와서 열을 재보고는 그 당시 첫 불침번이었던 나에게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특히, 열이 내리도록 모포를 절대 덮게

하지말고, 팬티만 입혀서 잠자게 하라는거다.


▩야간에 소대원들의 안전은 불침번에게 책임이 있다.
그래서 불침번 임무중에 화장실 간 병사가 3분이 지나면,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봐야
하는 것도 있다.
자살방지인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고있는 소대원들중에 환자도 항상 파악하고있어야한다. ▦


일직사령이 가고 나는 계속  불침번을 서고 있는데 상우가 밤이라서 추운지 자꾸

모포를 가슴으로 끌어 당긴다.  평소 뺀질거리던 상우를 얄미워했던 나는

" 야....일직사령이 안된다고 했쟎어. 어서 열이 내려 나아야지....."

하고 걱정하는 척 자상한 목소리로 위로(?)를 하며 모포를 자꾸 벗겼다.

상우는 끙끙 앓으면서 계속해서 모포를 덮으려 했지만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시간이 지났고 이젠 상우가 불침번을 설 차례다.

나는 다 죽어가는 녀석보고  불침번 서라고 깨우기가 좀 그랬지만 그렇다고 내가

연속 2시간을 서긴 싫어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깨웠다.

" 야....상우야....일어....11시야... 상우야.....일어나라....불침번 서야지...."

상우는  " 음........으.으........음........" 하고 신음소리만 낼뿐 당체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 상우야.....많이 아프냐?   11시야...11시...-_-; "

암만 깨워도 일어나질 않고 신음소리만 자꾸 내자 나도 난처해 졌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53번부터 160번까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동시에 외치는 것이었다.

" 야임마....안일어나? "      

" 야.......151번...이상우...어서 불침번 안서?"

" 이게 꾀병피우고있어.... "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애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 고....고맙다 얘들아.. -_- ;;;; '

모두들 그동안 상우의 얄미운 행동에 분을 삭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더욱 놀라운일이 벌어진 것은 애들이 소리를 한창 지르고 난뒤였다.

다 죽어가던 상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 나원 더러워서.....그래 선다  서... 내가 뭐 대신 서달라고 할줄 알았냐? "

하면서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내게 인원현황판을 뺏어 가는거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내가 대신 서줄껄.......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그당시로서는 그렇게까지 할수있는 용기와 자비가 도대체 생기지를 않았던 것 같다.

1시간의 잠이 그 어떤것보다도 소중하고 절실했던 시절이었으니깐.......!


                                                                - 계속 -


< 예고 >


다음편에는 총검술 훈련에 대한 이야기,

          편지에 대한 자세한이야기들,

          그리고 단기하사에 대해 글을 올리겠습니다.

                                      많이 읽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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