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14] 편지숨기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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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14] 편지숨기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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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14] 편지숨기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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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냐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39> 서신검열.

오전에 정신교육을 했다.

좁은 내무반에 모두 더덕더덕 붙어 앉아서, 비디오 테잎을 보는것인데 거의가 다

앞에 훈련병 등에 얼굴을 대고 잔다.  z..z..z..Z...Z..

안 자는 애들은 몰래 편지를 쓰고 있었다.  편지가 제일 많이 오는 녀석은 157번

훈련병 승주란 녀석이었는데 이녀석은 하루에 한통씩 편지가 오고 있다.

물론 애인에게 오는 편지였고, 소대원이 한번씩 죄다 돌아가면 읽어봤는데 이건

편지가 아니라 완죤히 일기였다.

" 이거 내용이 뭐 이러냐?  일기를 편지로 보내다니...."  하면서도 모두들 속으론

부러워 했다.  암튼 승주녀석은 받은 편지갯수로 군대에서 지낸 날수를 세아릴

정도였으니..  

논산훈련소에서 나는 우체부 역활을 했다.

훈련 마치고 막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편지함에 가서 4소대에 꽃혀있는 편지들을

모두 거두어 와서 소대원들에게 뿌려주곤 했다.  기뻐하는 애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져서 이일을  하기도 했지만, 누구에게 편지가 왔는지 궁금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갑자기 저녁에 박하사가 내무반에 들어왔다.

" 오늘 점호는 서신검열 점호다. 나중에 걸리고 나서 터지지 말고 알아서 편지를

모두 처리하도록...."

' 하루도 안빠지고 우릴 괴롭히는구나........제길..'


▩서신검열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훈련병이 부치는 편지검열, 두 번째는 훈련병에게 온 48시간 이상된
편지검열이다.
군에서는 48시간이 지난 편지는 소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다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들은 점호준비를 하다가 그말을 듣고 혼비백산하여 모두들 자기편지를 들고

다니며 숨길려고 난리였다.   버리거나 태우는 녀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당연하지.......편지는 군인에게 있어서 생명이다.

암만 피곤하고 훈련받고 들어와도 단 한통의 편지로 인해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군인일 때 편지 보내준 친구들은 제대해서도 기억하고 고마워한다.

모두들 내무반에 숨기다 못해 기간병몰래 밖에 나가서 나무가지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땅에 파묻는 녀석까지 있었다.  이윽고 일석점호 서신검열이 시작되었고 미처 숨기지

못했거나 너무 뻔한곳에 숨긴녀석들은 편지가 발각되어 마구 울상을 지었다.

매일 편지받던 승주도 편지뭉치가 들통이 나버렸다.  군화 집어넣는 바닥 안쪽에

시멘트가 갈라져있는 틈사이에 편지를 모두 짱밖고 군화로 감추었는데 하사가

청소상태를 볼려고 군화를 치우다 그걸 발견한거다.

" 개쌔이들............잔머리를 굴리고 있어....? "

박하사가 편지를 모두압수하려하자 갑자기 승주가 매달려서 간청을 했다.

" 박만수하사님.... 한번만 봐주십시오. 정말 이건 안됩니다.....흑흑."

너무도 간절히 청하는 승주가 불쌍했는지 박하사는 씨익 웃더니...

" 좋아 봐줄테니 내일까지 다 태워버려. 알았지? " 하고 편지를 건네주었다.

크.............태우긴 뭘태워?   간떨리는 서신검열이 끝이 났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괜히 사람을 긴장시킨다.

나도 편지를 숨겼는데 내딴엔 그래도 기발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숨겼다.

바로 우리 4소대 편지 사서함에 모두 집어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검열이  끝이나고 사서함에 가서 평소때 소대편지를 거두어 가듯이 내

편지들을 모두 거두어 왔다.    신경쓰는 기간병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군대는.....잔머리와 요령이다. 후후

하지만 정말 기발한 녀석이 있었다.

그녀석은 지금까지 받은 편지봉투들을 모조리 버리고 알맹이만 꺼내서 그날 받은

편지의 봉투속에 모두 넣었던 것이다.   봉투가 터질정도였지만, 오늘 도착한

편지봉투인지라 하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다더니......쩝




<40> 총검술.


아침 점호를 취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김대우일병의 기합소리가 들린다.

" 엇....헛.....얏....."    탁탁.....탁....     " 야이얏.."

무슨소릴까?      M16 소총으로 무엇인가를 연습하는 소리 같다.

그것은 그날 우리들에게 총검술시범을 보이기 위해서 김일병이 밤새 연습하고 있는

소리였다.    비가 오는 바람에 내부반 복도에 모두 집결했다.

오늘의 교육은 총검술!

박하사의 명령을 받고 나타난 김일병은 총검술 17개 동작을 모두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17개동작을 이어서 FM(field manual : 야전교범)대로 연달아 시범을 보였다.

그 순서는 이러하다.

1. 찔러  2. 때려  3. 비켜우로찔러  4. 비켜우베고찔러  5. 돌려쳐

6. 막고차고 돌려쳐  7. 비켜좌로찔러  8. 좌로막고차고돌려쳐  9. 좌로돌아  

10. 좌베어.  11.우베어  12. 비켜좌로제치고돌려쳐  13. 길게찔러  14. 뒤로돌아  

15. 좌제치고베고찔러   16. 우제치고 돌려쳐  17. 우로돌아

조교의 시범이 끝이 나자 우리는 모두 너무 놀란나머지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와아...........짝짝짝짝............."

조교의 동작이 흡사 로버트 같았고 예상외로 너무너무 멋있었던 것이다.

햐..... 총검술이 이렇게 멋있을줄이야.  모두들 빨리 배우고 싶어 안달이었다.

총검술 각각의 동작을 취할땐 소리가 ' 탁 탁 ' 하고 난다.

개머리판이 팔꿈치에 부딪히는 소리인데 이 소리가 제대로 나야 더 멋있다.

그래서 모두들 꼬질대( 총신안의 총구를 소제하는 기다란 쇠막대. 낙시대처럼

분리가 됨.)를 개머리판안에다가 집어 넣기도 했다.

개머리판안은 원래 텅텅 비어있기에 이렇게 꼬질대는 넣으면 총을 움직일때마다

자그락 자그락 하고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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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개머리판이다. ( 근데 이게 M16 A1소총같이 보일까? -_-;)



총검술을 연습하는 동안 팔꿈치는 시퍼렇게 멍이 든다.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한다.

퇴소식때 부모님과 친구, 애인에게 보여줄수 있는게 바로 이 총검술 시범이기

때문이다. 나중엔 팔꿈치가 모두 멍이 들어서 누가 더 많이 멍들었냐를 가지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

" 자..........조교 위치로......"

" 위치로....! "

" 자...모두들 똑바로 봐라.....이번엔 북한의 창격술이다 "

총검술 시범을 끝낸 조교는 북한의 창격술 36동작 시범도 보여줬다.

북한에서는 AK소총(소련이 개발하여 중국, 동유럽에서 쓰는 소총)을 쓴다고 하는데

거기에 검을 착검하여 쓰는게 창격술이다.  그 창격술에 대비하기 위해서 컴퓨터로

연구하여 만든게 바로 우리의 총검술이라고 한다.

조교의 시범을 보니 창격술은 마치 무술같다.

우리의 총검술처럼 절제된 동작보다는 좀더 유연했고 중국의 창술을 하는 듯이 재빨리

움직이는거 같다.  오늘은 총검술을 하면서 과연 전쟁이 나면 내가  사람을 죽일수

있을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어차피 그들도 전쟁터로 끌려온 병사이고, 우리와 똑같은 청년일텐데........

육박전을 벌일 때 내가 그 적군 청년목에다 뭉툭한 총검을 쑤셔 넣을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으..........정말 끔찍하다.

내가 살기위해서 죽여야  한다니......

전쟁은 어떤 연유로 일어나든지 비극일 수밖에 없는거 같다.




<41> 말뚝 박기.

나는 152번 현규라는 녀석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마치 자기가 내무반장인양 이것저것 신경쓰고 잔소리해대는 그 녀석이 짜증났던거다.

그녀석은 그녀석대로 나를 싫어했나보다.

하루는 내가 빨래를 내무반에서 비틀어 짜고 있으니 또 그녀석이 외친다.

" 야......임마. 청소 다 해놨는데 바닥에 물을 짜면 우짜노?   니가 청소할래? "

나는 별것도 아닌것에 너무 큰소리로 야단치는 현규가 미워서 콧방귀를 끼었다.

" 야..니가 내무반장이야?   신경 꺼...."

" 뭐 어째? 새꺄? "

바로 그때 " 각소대 전달! " 하고 하사의 목소리가 복도서 울려퍼졌다.


▩ '전달'이란 하사가 일일이 내무반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지시할 수가 없으니
   내무반 대표 한사람씩 내무반입구에 나와서 하사가 전달하는 명령을 자기
   내무반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제도다.
   난 입구와 가장 가까운 분대장이라 그야말로 전달맨이었다.▦

나는 재빨리 복도에 서서 외쳤다.   " 4소대 전달준비 끝.."

어떠한 상황에서도 복도까지 한숨에 튀어나가 차렷자세를 취하는 나를 보고 애들이

감탄하며 칭찬을 한다.  

" 야........역시 성찬이는 빨라."

" 완전히 전달을 위해서 태어난 녀석인거 같아...-_-"

" 투덜이가 최고다....하하...."

왜이런 칭찬들을 하냐구? ........ 그래야 내가 계속 전달을 할테니까....-_-;

( 줄리 :  투덜이?   왜 널 투덜이라고 불러?
  리앨 :  헤헤......훈련소에서의 내 별명이 투덜이야.
          왜냐하면 내가 힘들고 짜증날때마다 투덜이 스머프처럼 마구
          투덜거렸거든..
          그걸 보고 애들이 붙인 별명이지..투덜투덜...)


각설하고, 내가 전달을 하러 복도에 튀어  나갔는데 현규는 계속 화가나서 내게

덤비려 했다.   " 이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니가 잘했어?  엉? "

나는 하사를 쳐다보고 전달을 하느라 차렷자세로 꼼짝도 못하는데 현규는 애들이

달라붙어 말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내게 달려 들려고 해서 심히 불안했다.

애들이 자꾸만  말리자 현규는 자기 관물대에서 숟가락을 집어서 내게 힘차게 던졌다.

휘익! .....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온 숟가락은 내 관자놀이에 그대로 명중...!  

' 팅 '           ' 윽........개자식..........어디 두고보자. '

나는 무척 열받았지만 전달이 끝날때까진 계속 미소를 지으며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 전달끝! " 하는 하사의 목소리와 함께 나도 "전달끝" 복명복창을 한뒤

복도까지 날라왔던 속도로 단숨에 다시 현규에게 날라갔다.

하지만 나보고 동작이 빠르다고 칭찬하던 38명의 소대원들이 나보다 더 빨랐다.

모두들 달라붙어서는 나와 현규를 붙잡고 놔주질 않는거다.

이미 숟가락 펀치를 맞은 나는 분이 안 풀려서 길길이 날뛰었지만 그 많은 소대원들을

당할 수는 없었다.

' 으.......이자식들.....내가 현규 때리고 나서 말려주면 좀 좋아? '

훈련병끼리 싸우면 분명 얼차려감이다.

게다가 그걸 방관한 소대원들도 같이 뺑뺑이 돌 것은 분명한 사실.....

나였어도 말렸겠지만 지금상황으로선 애들이 야속했다.   하사가 걸오오는 소리에

싸움은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뒤 나는 복수할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에고....그놈의 시간이  약이라더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점점 복수심이 사그러 드는거다. 쩝..

그 일이 있은뒤 하루는 그녀석이 하사들에게 잘보였는지 하사관 지원에 대한

안내문을 받아서 들여다 보고 있었다.


" 현규야 뭐하냐? "      

" 응......하사지원을 해볼까 해서..."

군에 갓들어와서 힘든 훈련병생활로 군생활에 지쳐있을 때 군대에 못박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후반기 헌병교육도 현규녀석과 같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기회가 온거다.

나는 현규에게 하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우와.....월급도 많네... 얼마나 좋니.  

사회 나가봐야 직장난, 취업난 (같은말인가? 히히) 으로 모두들 힘들어 하는데

하사관으로 가면 직빵이지 뭐. 공무원은 전쟁이 나지 않는이상  월급이 나오는

안정된 직장이라지만, 군인은 한술 더 떠서 전쟁이 나더라도 월급이 나오는데가

아니냐......게다가 하사면 죽을때까지 하는 군인도 아니고, 여기 하사들 봤지?

얼마나 편하디?   오잉?  군인아파트 분양에  자식들 교육비까지? 우와.......

내가 내 친구들만 아니라면  당장 못 박는다 박아.  하사는 다른군인과 달라서

전출도 안가쟎어.  못박으면 계속 그 부대에 있는거야. 여기 훈련소에서는 하사가

천국이지 뭐.   보람도  느낄수 있고 6주교육끝날때마다  외박있고......

얼마나 좋냐....헉헉.(숨차는소리) "

나는 아직도 할말이 많은데 이미 현규의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가 보였다.

" 음...네 말이 맞아 말뚝박는게 좋겠다..."

" 끼얏호........."

" 엉? 너 왜 그렇게 좋아해? "

" 아..아냐...^^;  결정을 잘했다 싶어서........"

현규는 말뚝을 박았다.     그뒤로 그녀석은 동기로부터 '신하사'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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